펀드평가 ‘들쭉날쭉’… 고객 혼란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A투신운용의 주식형 S펀드에 가입한 김혜연씨(34·여)는 최근 펀드수익률을 알아보다 혼란스러워졌다. 펀드평가사에 따라 S펀드를 ‘성장형’ ‘안정성장형’ ‘성장추구형’으로 제각각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평가사마다 주식편입 비율에 따른 펀드 분류가 다르기 때문.

문제는 용어의 혼란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유형에 속하느냐에 따라 펀드의 ‘성적’도 들쭉날쭉이다. S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5.9%이지만 펀드 순위는 성장형에선 하위권, 안정성장형에선 중위권이다.

국내 펀드평가의 ‘양대 산맥’인 한국펀드평가와 제로인, 여기에 투신협회까지 펀드의 유형분류를 통일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비교가 정확하지 않아 오히려 고객들을 오도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들쭉날쭉 분류 기준〓투신협회는 주식형을 △주식과 주식관련 파생상품(이하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고성장추구형 △30% 초과 60% 이내인 성장추구형 △30% 이하인 안정주식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펀드평가는 주식형을 최고 편입비를 기준으로 한 자산배분형과 최저 편입비가 60% 이상인 일반형으로 나눈다. 자산배분형을 다시 최고 편입비가 70% 이상인 성장형, 30∼70%인 안정성장형, 30% 이하인 안정형 등으로 나눠 총 4개의 주식형 펀드로 구분한다.

제로인은 △주식편입비율이 70%를 넘는 일반성장형 △41∼70%인 일반안정성장형 △40% 이하인 일반안정형으로 나누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의 민주영 대리는 “펀드평가사들이 일률적인 잣대로 펀드를 평가한다면 펀드평가사가 다양할 필요가 없다”며 “각각의 기준으로 좋은 펀드를 선정하는 게 평가사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투신운용의 김영준 펀드매니저는 “펀드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수 있지만 용어가 달라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떨어지는 정확성〓펀드평가사들이 제공하는 일부 정보가 부정확한 것도 문제. 한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의 현금비중 등이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못하는가 하면 이미 회사를 떠난 펀드매니저가 운용자로 소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펀드들을 비교해 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펀드평가사는 수익률이 높은 인덱스펀드를 안내하고 있지만 펀드별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식투자 상한선이 80%인 펀드와 100%인 펀드를 비교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이 오를 때는 80%짜리 펀드가 100%짜리를 결코 앞지를 수 없는 만큼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수익률 순위를 자주 공표하는 것도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다. 신영투신운용 지영걸 투자전략팀장은 “지나친 수익률 경쟁은 펀드 운용을 단기 성과지상주의로 몰고 간다”며 “안정적 운용이 우선돼야 할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저버리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기관별 주식형 펀드 유형 분류
투신협회한국펀드평가제로인
주식(주식관련 파생상품) 투자비율에 따라
△고성장추구형-60% 이상△성장추구형-30∼60% 이내
△안정주식형-30% 이하
△주식형 일반형-주식에 60% 이상 투자
△주식형 자산배분형(①성장형-최고 편입비가 70% 이상 ②안정성장형-최고 편입비가30∼70% ③안정형-최고 편입비가 30% 이하)
주식(주식관련 파생상품) 투자비율에 따라
△일반성장형- 70% 초과
△일반안정성장형-41∼70%
△일반안정형-40%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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