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재무건전성 'D-'…무디스, 주요 금융거래국 평가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9분


구조조정을 거친 한국의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해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다소 올라갔지만 ‘재무건전성(Financial Strength)’ 면에서는 세계 70위로 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은 그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을 사도 좋은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 평가인 반면, 재무건전성은 중장기적인 은행의 생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평가라는 점에서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특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도산 염려가 거의 없는 국책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은 높지만 재무건전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한국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D-’로 평가해 주요 금융거래국 79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70위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금감원 은행감독국 안종식 팀장은 “이 같은 결과는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과 자기자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 따른 것”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존 우선주의 전략을 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을 여유가 없었다”고 풀이했다. 미국 은행들은 부실채권 대비 평균 132%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은 불과 76%만을 적립하고 있다. 이 충당금은 유사시에 부실을 터는 데 쓰인다.무디스가 재무건전성을 평가한 12개 은행 가운데 기업과 산업은행이 E로 가장 나쁜 평가를 받았고, 조흥 우리(옛 한빛) 외환 서울은행 등이 E+ 등급을, 하나 한미은행이 D등급, 국민 신한은행이 D+ 등급을 받았다.

평가대상 79개국 가운데 한국은 일본(66위) 태국(69위) 중국(73위) 등과 같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한국의 은행들에 대해 외환위기와 같은 또 다른 외부 충격에 준비가 안 돼 있다(little cushion)고 평가했다.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이처럼 낮게 나타나자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금융 당국은 일축하고 있다. 금융감독위 유재훈 은행감독과장은 “현재 국내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글로벌 기준에 합당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이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부실기업 대출에 대한 충당금 비율이 국내외 은행들 간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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