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워크아웃기업 회생비결 과감한 빚 탕감-구조조정”

  • 입력 2002년 6월 24일 18시 35분


섬유업체인 갑을은 외환위기 때 과도한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98년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체로 지정됐다. 채권단은 그동안 갑을을 살리기 위해 두 번에 걸쳐 빚 9300억원을 받지 않고 은행이 투자한 것으로 바꾸고 금리도 우대금리 수준으로 깎아 줬다.

그러나 회사는 아직도 살아나지 못해 채권단은 세 번째로 2400억원의 부채를 더 줄여주는 채무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의류업체인 ㈜신원과 벽산건설은 채권단의 과감한 채무조정과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논의하고 있다.

▽3박자가 제대로 맞아야 한다〓워크아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회생가능성 진단 △과감한 채무조정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3가지가 필수조건이다.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신원과 벽산건설은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췄다.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회생가능성이 높았고 채권단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또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사업구조조정으로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신원은 98년 말 1차 채무조정 때 8800억원, 99년 말에는 1800억원을 추가로 출자 전환했다.

신원은 원가분석을 통해 수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는 정리하고 핵심브랜드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그 결과 99년부터 연간 200억원이 넘는 영업흑자를 내고 있다.

벽산건설도 98년 말 한번의 과감한 채무조정과 자구노력을 통해 98년 59억원 영업적자에서 99년부터는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외환은행 노영수 과장은 “회생가능성이 있는데도 주채권은행이 손실을 감추기 위해 눈치만 보며 제대로 채무조정을 하지 않으면 회사는 속으로 멍이 들고 경영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연 회생가능한가〓아직 워크아웃을 벗어나지 못한 기업은 처음부터 회생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또 주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의 미래영업실적을 너무 낙관적으로 추정해 충분한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흔하게 벌어졌다.

국민은행 이성규 워크아웃본부장은 “일부 기업은 은행들의 손실규모가 너무 커 과도한 부채를 한꺼번에 털지 못하고 2, 3차에 걸쳐 나눠 정리해 왔다”고 말했다.

갑을은 99년 영업이익이 62억원, 2000년 1억원, 2001년 181억원에 불과하고 순손실은 99년 667억원, 2000년 775억원, 2001년 3457억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 내부에서는 “갑을이 3차 출자전환 후에 살아난다는 확신이 없다”는 반대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고합도 두 차례에 걸쳐 2조3000억원의 부채를 줄여줬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핵심사업부문 분할과 3차 출자전환을 거치고 나서야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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