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매각 1조이상 헐값”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24분


하이닉스 반도체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판 뒤 국내 채권단이 손에 쥐게 될 돈이 공장 문을 닫고 모든 자산을 팔아서 받는 청산가치보다도 적은 것으로 드러나 ‘헐값매각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29일 최종회의를 열고 이번 매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만 반대하는 금융기관이 많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협상을 주도한 한빛 외환은행은 24일 60여개 채권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양해각서(MOU) 설명회에서 “하이닉스 매각대금은 최대 3조2730억원, 정상 2조9190억원, 최저 2조564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시나리오’로 예상한 금액은 마이크론이 매각대금으로 줄 자기회사 주식 1억여주(4조3620억원)에서 운전자금 하자보상비 등 추가부담분(1조4430억원)을 뺀 2조9190억원이다.

그러나 이 돈 가운데 약 1조3000억원은 미국계 은행에서 빌린 미국 유진 공장 부채를 먼저 갚게 돼 있어 국내 채권단의 몫은 1조6000억원대로 줄어든다.

채권단은 또 하이닉스 잔존법인(비메모리 사업부문)의 기업가치를 1조4730억원으로 평가했다. 채권단이 갖고 있는 전환사채(CB) 3조원이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잔존법인의 지분 44∼50%를 갖게 돼 채권단 몫은 약 7000억원이 된다.

결국 채권단이 매각 후 손에 쥐는 것은 실제 매각대금 1조6000억원과 잔존법인 지분 7000억원을 합한 2조3000억원이 전부다.

문제는 실제 매각대금이 회사문을 닫을 때 남는 돈보다 적다는 데 있다.

채권단의 의뢰를 받은 아더 앤더슨은 작년 9월 하이닉스의 청산가치를 3조6612억원으로 평가했다. 청산가치는 ‘2002년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란 가정 아래 64메가D램 환산가격을 1달러로 가정해 뽑은 것. 따라서 반도체가격이 현재 3∼4달러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자산 가치가 훨씬 올라가 ‘청산가치’는 더 커지게 된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시중은행 및 투신사 대표들은 MOU 내용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대출금의 75%를 탕감해 준 한 우량은행 임원은 “지난해 수백억원을 탕감했는데 또 손실을 분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무담보 회사채 1조2500억원어치를 갖고 있는 투신사 등은 “MOU 내용대로라면받을 게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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