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은 29일 최종회의를 열고 이번 매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만 반대하는 금융기관이 많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협상을 주도한 한빛 외환은행은 24일 60여개 채권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양해각서(MOU) 설명회에서 “하이닉스 매각대금은 최대 3조2730억원, 정상 2조9190억원, 최저 2조5640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시나리오’로 예상한 금액은 마이크론이 매각대금으로 줄 자기회사 주식 1억여주(4조3620억원)에서 운전자금 하자보상비 등 추가부담분(1조4430억원)을 뺀 2조9190억원이다.
그러나 이 돈 가운데 약 1조3000억원은 미국계 은행에서 빌린 미국 유진 공장 부채를 먼저 갚게 돼 있어 국내 채권단의 몫은 1조6000억원대로 줄어든다.
채권단은 또 하이닉스 잔존법인(비메모리 사업부문)의 기업가치를 1조4730억원으로 평가했다. 채권단이 갖고 있는 전환사채(CB) 3조원이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잔존법인의 지분 44∼50%를 갖게 돼 채권단 몫은 약 7000억원이 된다.
결국 채권단이 매각 후 손에 쥐는 것은 실제 매각대금 1조6000억원과 잔존법인 지분 7000억원을 합한 2조3000억원이 전부다.
문제는 실제 매각대금이 회사문을 닫을 때 남는 돈보다 적다는 데 있다.
채권단의 의뢰를 받은 아더 앤더슨은 작년 9월 하이닉스의 청산가치를 3조6612억원으로 평가했다. 청산가치는 ‘2002년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란 가정 아래 64메가D램 환산가격을 1달러로 가정해 뽑은 것. 따라서 반도체가격이 현재 3∼4달러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자산 가치가 훨씬 올라가 ‘청산가치’는 더 커지게 된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시중은행 및 투신사 대표들은 MOU 내용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대출금의 75%를 탕감해 준 한 우량은행 임원은 “지난해 수백억원을 탕감했는데 또 손실을 분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무담보 회사채 1조2500억원어치를 갖고 있는 투신사 등은 “MOU 내용대로라면받을 게 없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