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식품업계 '나만의 제품' 키우기 붐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19분


‘공 들여 낳아서 잘 키우자.’

경쟁사의 제품이 ‘될 듯’ 싶으면 ‘미투(Me too)’ 상품을 만드는 것이 식품 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전체 시장의 ‘파이’가 더 늘기 힘든 식품 시장에서 신제품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는데다 과자나 음료수는 베끼기도 쉽기 때문. 제과 3사의 자일리톨껌 논쟁, 웅진 동원의 초록사이다 분쟁, 동양 롯데의 초코파이 분쟁 등 원조 논쟁과 상표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웅진 가을대추, 남양 니어워터 등 ‘원조’가 ‘미투’의 광고 공세에 밀리는 일도 흔했다. ‘남이 하면 나도 한다’ 식 제품 개발로 수익을 못내는 상품군을 주렁주렁 거느린 것도 고질적인 문제였다.

최근 식품업계에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돈 안되는 제품은 정리하고 주력 브랜드를 고급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0%의 제품이 80%의 매출을 올린다〓제품의 가지 수는 줄이면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제품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신제품 수를 줄이고 △비핵심 제품은 정리하고 △인기상품의 후속제품으로 ‘패밀리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

동양제과는 매출의 70% 이상을 상위 20개 제품이 낸다는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신제품은 1년에 5, 6개만 내고 포카칩 등 알려진 브랜드의 후속품(양파맛 감자맛 등)을 낼 계획이다. 1997년까지만 해도 매년 빙과 부문에서만 20여개의 신제품을 쏟아냈던 빙그레도 최근 신제품 수를 1, 2개로 줄였다. 올해는 라면 부문에서 ‘제품 구조조정’을 할 방침.

농심도 신라면 생생면 등 핵심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정비 중이다. 제일제당과 롯데제과도 지난해부터 기존보다 연간 신제품 수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

▽고급·기능성 제품으로 차별화하라〓해태제과의 차석용 사장은 올해초 신년사에서 “모방 제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프리미엄급 제품 시대에 대비,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과자는 단순한 군것질거리가 아닌 기능성 식품이라는 것. 지난해 내놓은 100% 유기농 밀과 100% 생우유로 만든 비스킷 ‘자연애’처럼 고가의 고급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제일제당은 올해 키토산 칼슘 식 등 건강식품을 내놓는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고려, 전문가가 개인별로 맞춤 건강식품을 ‘설계’해주는 마케팅을 펼 계획. 롯데제과도 무설탕 캔디, 케이크 수준의 부드러운 파이 등 고급품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없는 시장을 만들어라〓한국야쿠르트가 ‘윌’로 기능성 요구르트 시장을 키우고, 농심이 볶음면 ‘오파게티’로 인스턴트면의 틈새 시장을 개발하는 등 소비자의 요구는 있지만 상품화되지 않았던 제품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웅진의 곡물 음료(아침햇살 등)와 제일제당의 상품 밥(햇반) 숙취해소음료(컨디션) 등도 대표적인 사례.

제일제당의 김태성 과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의 싸움은 누군가는 잃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며 “지난해 선보인 디저트푸딩 ‘쁘띠첼’을 올해 연 500억원 시장으로 키우는 등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 육성해 시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