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 완화-상호출자금지 확대…재계 "또 규제냐"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48분


“출자총액제한제 완화를 따낸 것에 만족하다가 다른 규제들을 덤터기로 뒤집어썼다.”(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 규제조사본부장)

“규제를 강화한 것이 아니라 시대흐름에 맞게 제도를 정비했을 뿐이다.”(공정거래위원회 오성환 독점국장)

정기국회의 법안 심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와 재계가 기업규제 완화와 관련해 ‘2라운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출자총액제한제를 기업측 요구대로 손질한 대신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등의 적용대상을 기존의 30대그룹에서 자산 2조원 이상으로 늘린 것이 발단. 재계는 “규제완화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저버린 정책”이라며 반발하지만 공정위는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필수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재계, “공정위 되치기에 당했다”〓올해 재계에서 관심을 가진 대표적 현안은 △출자총액제한제 개선 △주5일 근무제 시행 여부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 등 세 가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살리려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들 현안은 일단 기업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출자총액제한제는 30대그룹에서 자산 5조원 이상(17개 그룹)으로 대상이 줄었고 공기업 인수나 외자유치 등에 필요할 때는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주5일 근무제도 논란 끝에 관련법 처리가 해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재계의 흐뭇한 기류는 공정위가 △채무보증금지 △상호출자금지 △내부거래금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나머지 4대 규제의 대상을 자산 2조원 이상으로 늘리면서 바뀌었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올 4월 현재 47개여서 30대그룹에서 빠져있는 17개 기업이 4가지 규제를 새로 받게 되는 셈.

전경련 신 본부장은 “경제규모가 커지면 2, 3년 뒤에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이 100개에 이를 수 있다”며 “30대그룹 지정제 자체를 없애야할 상황에서 모든 대기업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재계의 힘 겨루기 와중에 재계 서열 30∼50위권인 중하위 그룹이 더 센 규제를 받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30대그룹을 서열식으로 정하면 30위권 밖의 기업들이 헷갈릴 수 있어 자산 기준으로 통일한 것”이라며 “연내 처리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상대로 총력 설득전〓정부와 재계는 법안 통과권을 쥔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전을 펼 태세여서 연말 여의도에서 논리대결이 또 한차례 전개될 전망.

국회 정무위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자 10일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정부가 내년 4월 도입을 목표로 제정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은 6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내주 중 국회 법사위에 제출된다.

재계는 경제단체와 주요 그룹 임원들이 직접 나서 여야의 ‘경제통’ 의원들에게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호소하기로 했다. 상호출자 금지 등은 상법 등을 통해 감시가 가능하므로 중복규제에 해당되며 집단소송법이 시행되면 소송 남발로 기업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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