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덴마크 로얄코펜하겐, 226년 전통 '황실의 품격'

  • 입력 2001년 12월 6일 17시 31분


1730년대. 스웨덴 식물학자 카를 폰 린네는 오늘날 사용하는 식물 분류방식을 개발했다. 지금도 생물학계에서 사용하는 식물의 ‘학명’은 린네의 체계에 의해 지어지고 있다. 린네가 ‘식물분류학’의 대전환을 일으킨 후 덴마크에서는 1761년 ‘국립플로라 대백과사전’이라는 대규모 식물도감을 제작했다.

1790년 코펜하겐 왕실의 한 심부름꾼이 플로라백과사전에 있는 1000여종의 식물그림을 로열코펜하겐 도자기 공장으로 가져왔다. 러시아 황실에 보낼 최고급 식기제품에 문양 도안으로 사용될 것이었다. 무거운 그림책을 나른 이 심부름꾼은 이후 ‘상당액’의 수고비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로열코펜하겐은 1775년 5월 덴마크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설립된 도자기 공장이다. 설립 당시 총주식 19주 중 8주가 왕족의 명의였을 정도. 18세기에 도자기를 소유한다는 것은 소유자의 위신과 직결됐다. 당시의 도자기 공장은 그 나라의 문화적 자존심을 만드는 공장이었으며 유럽 궁정간에는 식기를 선물하는 일이 많았다.

‘플로라다니카’ 시리즈는 식물도감 ‘플로라 백과사전’에서 이름을 딴 것이다. 최초의 플로라다니카 식기세트는 러시아 황실에 보내는 선물용으로 덴마크에서 자라는 식물 수천종을 그릇에 그려넣으려는 프로젝트였다. 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명을 받은 사람은 로열코펜하겐의 최고 페인터 요한 크리스토프 바이엘 단 한 명이었다. 12년간의 작업 끝에 1800여개의 그릇이 만들어졌지만 끝내 이 기획은 미완성으로 끝났다. 두번째 플로라다니카는 1863년 덴마크 공주 알렉산드라와 영국 에드워드 7세의 결혼을 기념해 제작됐다. 현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후 ‘플로라다니카’ 제품세트는 로열코펜하겐의 대표 상품으로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로열코펜하겐의 플로라다니카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톱니 모양의 가장자리 등 정교한 장식은 점토가 부드러울 때 조각해서 만든다. 하나라도 잘못 파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숙련된 직공들이 만든다. 작업 속도는 과일바구니 도자기를 기준으로 하루에 평균 1개반 정도. 구멍을 뚫은 후에는 작은 붓으로 꼼꼼히 다듬고 손잡이 등의 꽃장식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 붙인다. 900종 이상의 덴마크 야생식물이 기본 도안으로 밑그림에 사용되며 그릇의 뒷면에는 그 식물의 이름을 라틴어로 새겨 넣는다.구입하려면 국내 백화점의 로얄코펜하겐 매장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국내에 전제품이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을 본사에 주문하려면 수개월 이상씩 시간이 걸릴 수 있다. 02-749-2002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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