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개혁 시간 촉박…고속철 부실 가능성

  • 입력 2001년 12월 4일 18시 46분


철도 민영화 등 철도산업 구조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늦어져 개통을 불과 2년 앞둔 경부고속철도가 졸속 운영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철도산업발전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과 ‘한국철도시설공단법’의 정부안을 확정했다.

법안의 내용은 내년 7월까지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새로 설립해 기존 철도와 고속철도 건설 등을 맡도록 하고 2003년 7월까지 정부 전액출자로 ‘철도운영회사’를 설립해 기존 철도와 고속철도의 운영을 맡도록 하는 것.

이어 운영회사는 단계별로 지분을 민간에 매각해 민영화하도록 했다.

정부안이 확정됐어도 갈길은 험하다. 건설교통부 고위관계자조차 “일정상 이미 연내에 국회 상정이 어렵고 상정되더라도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할 정도.

건교부의 다른 관계자는 “야당은 물론 민주당 일부에서도 법안 처리에 미온적이어서 현 정부 내에서는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민영화가 무산되거나 일정이 너무 늦어지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철도청의 구조개혁이 늦어질 것이라는 점.

2003년 12월 서울∼대전 구간에 이어 2004년 4월 서울∼부산 구간이 완전 개통되는 고속철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관계자는 “고속철도는 기존 철도와 비교해 속도 차량성능 서비스수준 선로운영 경영전략 등이 다르다”며 “2003년 6월에 통합 운영회사를 만들어 고속철도를 운영할 경우 ‘부실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는 철도청 노조의 강한 반대를 설득하지 못하고 정치권의 지지도 받지 못해 구조개혁이 답보 상태인데다 고속철도 운영을 위한 준비도 제대로 못해 빚어졌다. 고속철도 운영회사 발족이 철도 민영화를 통한 구조개혁 작업과 맞물리면서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생긴 것.

이 때문에 건교부와 고속철도공단 내부에서는 철도청과 고속철도를 통합 운영해도 부작용이 많은 만큼 아예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고속철도 운영을 맡긴 뒤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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