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경제 요동 위험"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7시 59분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재계 판도의 양극화가 활발하게 진행된다. 금융구조조정이 시장압력에 의해 수시로 이뤄지고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성숙사회에 진입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경제정책이 중심을 잃으면 경제가 요동칠 위험이 크다 .

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 내놓은 '2002년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는 내년에도 대내외 여건이 워낙 불투명해 올해 못지 않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새해의 8대 트렌드를 제시했다.

8대 트렌드는 △신(新)국제질서 태동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등 대외부문 2가지와 △경제회복 지연 △산업별 명암교차 △기업의 옥석(玉石)가리기 △상시 금융구조조정 △경제정책 혼선 △성숙사회 등 국내부문 6가지가 꼽혔다.

보고서는 "내년엔 3% 정도의 성장률로 2년연속 저성장에 그쳐 소비와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물가는 안정되겠지만 기업의 경영악화로 신규인력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 고용사정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테러사태가 빨리 수습되고 세계경제가 살아나면 내년 하반기에는 5% 수준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가장 걱정스러운 흐름은 현정권 임기 말엽의 경제정책 혼선. 연구팀은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면 이해조정과 고통분담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려 경제가 표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여건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 세계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흥국들이 다시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통상마찰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정보기술(IT)경기는 내년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고 반도체도 공급과잉이 해소되는 내년말쯤 불황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전통 제조업은 중국 등 후발국과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할 처지여서 산업간 명암이 엇갈릴 전망.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우량기업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구조조정에 실패했거나 확고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는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李彦五) 상무는 "대형부실의 처리 지연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대내외 여건이 좋아지기만을 막연히 기다리지 말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다른 신흥시장국들과 차별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2002년의 8대 트렌드
① 신(新)국제질서 태동 : 유럽 중국 영향력 강화
②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 신흥시장 외환위기 가능성 고조
③ 국내 경제회복 지연 :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④ 산업별 명암 교차 : IT 호조, 전통산업 고전
⑤ 기업의 옥석 가리기 : 재계판도 양극화 심화
⑥ 상시 금융구조조정 : 금융관행 개선
⑦ 집권말기 경제정책 혼선 : 현안처리 지연, 정책실효성 저하
⑧ 성숙사회의 도래 : 주5일 근무제로 레포츠산업 각광

(자료: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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