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각변동에 정부도 흔들 공무원들 일손 놓았나

  • 입력 2001년 11월 9일 17시 56분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1년 이상이나 남겨놓은 상태에서 여당 총재직을 사퇴한데다 12월 중 대규모 개각 가능성이 커지면서 적잖은 공무원이 일손을 놓고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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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치권의 ‘지각변동’과 함께 이번 개각에서 주요 경제부처는 물론 여당 출신 정치인이 장관으로 있는 부처 등에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직사회의 동요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관료사회의 고질적인 면피주의와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까지 겹치면서 정부 기능 및 행정 서비스가 벌써부터 일부 ‘마비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또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정국상황 때문에 앞으로 ‘책임문제’가 나올 수 있는 정책추진은 가급적 미루려는 관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상당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지금까지는 여당과의 정책협의에만 주력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야당은 물론 여당과의 관계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했던 정책 중 일부가 ‘정책실패’로 판명돼 여론의 비판을 잇따라 받으면서 관료들의 사기는 이미 크게 떨어져 있다.

또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 △건강보험 재정분리 △교직원 정년 62세에서 63세로 연장 △남북교류협력법 및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금융실명제법 개정 등은 ‘정책의 당위성’과는 별도로 정부여당의 기존 정책과 차이가 커 관료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 대폭 개각이 임박하면서 일상적인 업무보다는 정치권 풍향 및 개각 후 부처 내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관료도 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불투명하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새 변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은 이해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동요되면 한국경제가 다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찬선·천광암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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