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소중함 9세전에 가르쳐라"…엄길청 교수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35분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재력있는 부모로 보이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호주머니 사정을 그대로 보이며 어릴 때부터 경제적 자립을 키워주는 부모가 나을까.’

최근 재테크사이트인 네오머니에 전화를 걸어온 50대 중년 가장의 상담 사례를 보면 과연 어떤 길이 자녀와 부모를 위해 바람직한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가장은 현재 대학 2학년인 아들의 학자금을 대출을 받아 근근이 대왔는데 최근 돈을 불려볼 생각에 손을 댄 주식에서 돈을 전부 날렸다. 부모가 어학연수 자금을 대줄 거라고 철석처럼 믿고 있는 아들에게 ‘부모된 자존심’ 때문에 사실대로 털어놓기가 어렵다는 게 상담 내용. 이 가장은 “아들은 아직도 부모의 주머니는 무한정 돈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미리 ‘돈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최근 취업이 어렵자 휴학 어학연수 등을 꿈꾸며 사회 진출을 늦추고 부모에게 기대려는 ‘캥거루족’들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7일 대한어머니회와 어린이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어린이 경제교육 특별강연회에서엄길청 경기대교수는 “9세 이전에 돈에 대한 가치를 가르쳐주고 16세면 자산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모와 자녀에게 모두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스마트 키즈(Smart Kids)’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미국에선 20대의 60%가 자기 자산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미국에서 전후 베이비붐 세대는 소비문화를 주도하면서 ‘고소득 저재산’세대로 불리는데 이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것이 바로 ‘스마트 키즈’의 개념”이라며 “어릴 때부터 돈의 소중함과 경제원리를 알고 소비를 통제하는 방법을 배운 세대”라고 말했다.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원가(原價) 개념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드는 비용(원가)은 약 1억원 남짓.

엄 교수는 “자녀들은 자신의 인생이 이처럼 부모로부터 부채를 지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점을 알고 이를 보상하는 노력을 수립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이런 의식을 가질 때 자녀들이 자기 계발에 힘쓰고 인생이란 투자에서 수익을 내는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자녀의 ‘돈 쓰는 방법’의 가장 중요한 모델은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까지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자녀 중 25%가 40대가 되어도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연구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는 점을 유념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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