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청 신설 의미]'추락한 안전등급' 띄우기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51분


올해 안에 항공청을 신설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5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떨어뜨린 ‘항공안전 2등급’을 빠른 시간 내에 1등급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미 FAA는 당시 항공업무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항공안전도 높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항공청 신설로 항공안전 등급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청 신설은 비록 외부의 압력에 의해 결론이 나긴 했지만 항공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공무원들의 숙원이었다. FAA의 2등급 판정 이후 건설교통부 항공국 공무원들이 ‘이번 기회에도 항공청이 독립하지 못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공공연히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항공 관련 업무는 국민의 생명 및 국가신뢰도와 직결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도로건설, 육상교통, 주택 건설, 수자원 등 다른 업무에 비해 건교부 내에서 푸대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한 전직 항공국장은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항공업무가 잡다한 업무를 하는 방대한 조직 속에 파묻혀 경시된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공안전에 대해 기본적인 규정도 모르는 행정직들이 업무를 맡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영일(姜英一) 항공정책과장은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기 이륙 몇 시간 전에 운항신고를 해야 하는가’와 같은 세세한 문제도 항공국장이 결정하지 못하고 윗선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며 “항공청 독립으로 업무의 효율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건설이나 주택 관련 간부들이 항공국장이나 수송정책실장 등을 맡는 일도 적지 않았는데 항공청이 독립되면 비전문가가 항공 관련 조직에 근무하는 것이 원천 봉쇄돼 전문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급 청장’이 책임자인 신설 항공청은 자체 인사권이 제한적이고 부(部)가 제정한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위임한 ‘기술적인’ 업무만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인 ‘항공청 독립’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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