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설]"건설비 제값받기 정착 서둘러야"…전문건설협회장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39분


15일로 창립 16주년을 맞은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이현(61) 회장은 ‘건설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업계는 물론 정관계와 관련해 궁금한 게 있으면 그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 이처럼 폭넓은 인간관계가 가능했던 데에는 시원시원한 성격과 타고난 부지런함이 밑천이 됐다.

여기에 뛰어난 언변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 기자가 협회 창립일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 협회 사옥으로 김 회장을 찾아갔을 때의 일.

기자가 “요즘 업계 일 때문에 바쁘시죠?”라는 한마디를 던지자 2시간 남짓동안 김 회장은 일사천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그는 업계가 공인(?)한 ‘대(對)정부, 대국회 로비스트’다.

김 회장은 인터뷰 내내 “건설업을 종합기술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의지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노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 지하철 7호선 개통 때 일입니다. 준공 테이트를 끊는데 건설 현장 근로자는 한 명도 초청이 안됐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래서야 누가 자부심을 갖고 건설기능공으로 일하려 하겠습니까.”

그는 또 ‘건설비는 깎을수록 좋다’는 인식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과 노점상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건설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100억원 짜리 공사하고, 1000억원 짜리 공사가 어떻게 같을 수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00억원 주고 1000억원 짜리 공사품질을 요구합니다. 특히 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값 주고 제대로 공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풍토가 중요합니다”

정부의 허술한 건설업 관리제도에 문제점을 얘기할 때 김 회장의 목소리는 커졌다. 붉은 빛 도는 얼굴도 더욱 검붉어졌다.

“98년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건설등록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건설업체가 3배로 늘었습니다. 휴대전화 한 대만 있으면 회사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사물량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제대로 된 업체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올해 8월 등록기준을 20㎡ 이상 규모의 사무실을 확보한 업체로 강화했지만 후유증이 적잖을 겁니다.”

그는 앞으로 국회나 정부에 의지하기보다는 ‘농부가 풀 뽑고 김매는 것’처럼 협회가 부실업체를 솎아내는 자정 작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름대로 세운 계획을 친절히 열거하며 업계 발전을 위해 애쓰겠다는 그의 말이 꼭 형식적인 말로만은 들리지 않았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