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김치' 한우물 파는 백창기 한울농산 사장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52분


일본과 미국에 김치를 수출하는 한울농산의 백창기(白昌基) 사장은 사훈(社訓)을 ‘신의’ ‘성실’과 함께 ‘장인(匠人)정신’으로 정했다.

장인정신을 사훈에 넣은 것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고객과 거래처에 신의를 지키고 항상 성실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와 함께 ‘김치 제조’라는 한 우물을 파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한울농산은 충남 청양군 비봉면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중소기업.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꼬마김치’ 등 10여종의 김치를 하루 20t 가량 생산하고 있다.

백 사장이 김치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게 된 것은 1989년. 김치공장을 인수해 운영하던 부친이 질환으로 쓰러진 후 장남이라는 이유로 가족들에 떠밀려 맡았다. 당시 직원 수는 생산직과 사무직을 합해 모두 10명이었고 하루 김치 생산량은 800㎏(7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해 건설사를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기업을 맡은 초기에는 주위로부터 할 것이 없어 김치공장 하느냐는 비아냥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김치재료를 찾기 위해 장대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전국의 배추와 무 밭을 다녔고 김치 제조기술을 배우기 위해 김치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먹어보는 등 김치에 점차 빠져들었다.

한울농산은 92년 ‘꼬마김치’를 내놓은 뒤 기업의 모양을 갖췄다. 이 김치는 당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을 겨냥해 만든 소포장 김치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는 국내에서 소비자가 접한 첫 포장김치였다. 이전에는 김치를 큰 통에 담아 경찰 학교 등에 대량 납품하는 형태였다.

백 사장은 김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김치박사’로 알려진 한홍의 인하대 교수와 서울대 정가진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벤처기업 ‘마이크로비아’와 함께 바이오김치를 내놓았다. 주력 수출품목인 이 김치는 숙성된 김치에서 효과를 내는 유산균을 첨가한 것으로 작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기념 만찬장에 올랐다.

그는 요리연구가인 이종임씨와 손잡고 고급김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씨는 5만여 회원을 두고있는 요리조리(www.yorizori.com) 대표로 모친(하숙정씨), 이모(하선정씨), 동서(임채서씨)와 딸이 모두 요리연구가다. 이씨의 손맛을 김치 제조에 결합하기 위해 기존 공장 옆에 하루 30t의 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백 사장은 “김치시장이 커지는 대신 경쟁이 치열해져 앞으로는 맛과 품질로 승부하지 않으면 3년내에 상당수 기업들이 도태될 것”이라며 “김치가 국제식품으로 공인받은 만큼 꾸준한 연구개발과 소비자의 수요를 잘 읽어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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