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업-금융기관 대응]"원자재확보" 비상대책반 가동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5분


주요 그룹들은 8일 미국의 보복공격이 개시되면서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거나 원유 등 원자재 공급 루트를 재점검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중동 국가에 지사를 둔 기업들은 주재원과 가족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임직원의 ‘분쟁지역’ 출장을 당분간 보류했다.

▽기업마다 전쟁영향 촉각〓삼성은 전자 물산 등 계열사별로 중동지역 주재원과 가족들의 신변보호에 주력하면서 주요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오전 6시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과 현지법인 상황을 점검하고 최악의 경우 수출대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LG는 최고경영자가 주축이 되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해외파견 직원들의 안전대책과 수출 및 원자재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와 LG상사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현지법인에 지침을 보내 회사 관련 주요 서류와 전산데이터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했다.

SK는 원유도입 부서를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가 중동 일변도인 원유 수입처를 동남아 등지로 다변화하는 비상대응책을 수립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공습으로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현지 딜러망을 긴급 점검하는 등 비상판매체제를 구축했다. 또 파키스탄에 있는 현대·기아차 조립(KD) 공장의 생산설비와 부품공급 상태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금융기관 응급지원책 마련〓금융기관들은 수출입 관련 거래업체와 현지 상사들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외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지난번 테러사태 직후처럼 수출입대금 입금이나 선적서류 발송 등이 지연되더라도 이자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최대한 업체의 편의를 봐줄 것을 각 영업점에 공문으로 지시했다. 또 해외 지점들이 보고하는 최신 현지정보를 해당지역과 거래 비중이 큰 고객 기업에 신속히 전달해주기로 했다.

▽해운 및 정유업계 비상〓현재 중동 항로에서 원유 수송 및 화물 운송을 위해 정기 운항중인 선박은 50여척. 국내 해운사들이 지난해 중동에서 실어나른 원유는 총 6억8700만배럴(약 9160만t)로 전체 원유수입량 8억9400만배럴의 76.8%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와 함께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LPG 수입량은 총 467만8000t으로, 이 가운데 83.5%인 390만6000t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에서 수입됐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의 기간에 따라 해운업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습이 단기에 끝나면 중동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벌크선 및 유조선 운임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전쟁지역 운항 통제에 따른 해상물류 체계가 붕괴될 것으로 우려된다.

<박원재·김동원·이헌진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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