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대외비]'국가채무 논쟁' 재연될듯

  • 입력 2001년 9월 12일 03시 48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국가채무 논쟁’이 다시 일어날가능성이 높다. 시기적으로도 정부의 공적자금 차환(借換)발행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나랏빚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이한구(李漢久·한나라당) 의원이 “한국의 국가채무 총액이 ‘준(準)채무’를 포함해 사실상 582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본격화됐다. 한나라당은 올해 5월 ‘국가부채 백서’를 내고 국가채무가 1000조원에 달한다고 정부여당을 몰아붙였다. 야당측은 국제통화기금(IMF)기준 공식 국가채무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무 120조원, 정부보증채무와 공기업채무, 연금 잠재채무 230조원, 통안증권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1000조원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공세에 대해 정부여당도 강도 높게 대응해왔다. 특히 지난해 총선 때는 각 경제부처 장관 공동명의로 ‘한나라당의 국가채무 산정은 터무니없는 억지주장’이라는 신문광고를 이례적으로 내기도 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내각에 강력한 대처를 지시했다.

정부측은 “국가채무는 어디까지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MF 기준이어야 하며 이럴 경우 우리 국가채무는 119조7000억원”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부가 빌리지도 않았고 직접 갚아야 할 의무도 없는 정부 보증채무나 공기업 채무 등을 나라 빚에 포함시키는 야당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국가채무 1000조원’이라는 야당 주장은 부풀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정부주장처럼 IMF기준 국가채무에만 집착하는 것도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재정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 특히 이번 KDI보고서는 정부가 산정하는 IMF기준이라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영해·박중현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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