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끝내 좌초하나…법정관리 가능성 높아져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53분


하이닉스반도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외화채권 4600만달러(약 600억원)의 조기상환을 둘러싼 해외채권단과 하이닉스의 협상이 진척이 없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또한 채권은행단이 마련한 6조7000억원 규모의 2차 채무조정방안에 투신권이 동의하고 있지 않아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의 압력 때문에 수출보험공사나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간접개입의 여지가 없고 9월14일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발효시한까지 기다리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그러나 하이닉스 부채가 11조원에 달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은행 투신 등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등 현대계열사와 나아가 국가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의 자금상황〓하이닉스의 올 상반기(1∼6월) 매출액은 2조9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적자가 2000억원이고 이자지급액은 5000억원, 손실규모는 2조원이나 된다. 올해 전체 매출액은 4조3000억원이지만 적자액은 3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가면 올 연말에는 1조9000억원, 내년말에는 3조6000억원의 현금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그래서 6조7000억원의 채무조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그렇더라도 연말 현금이 1040억원 밖에 남지 않고 지속적인 시설투자가 부족해 제품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반도체전문가들은 특단의 출자전환 및 신규자금지원이 없으면 살아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코너에 몰린 하이닉스〓하이닉스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미국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있는 투신권에 대한 압박수단이다.

즉 투신권이 신속인수대상 회사채 1조6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을 갖고 있는데 손실분담 차원에서 만기연장 및 금리감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를 사주지 않겠다는 것.

투신권은 채권단이 회사채 1조2000억원 중 6800억원은 차환발행하고 5200억원은 현금으로 갚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회사채 만기연장에 따른 손실을 고객들에게 직접 배상해야하는 처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2차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하이닉스는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로 가게 된다.

산업은행 정건용 총재는 “현재로서는 지원계획이 없고 시장과 투자자, 채권자가 납득할만한 확실한 사업전망이 포함된 채무조정안이 마련된다면 지원하겠다”며 “살아날 기업은 확실히 살리고 망할 기업은 버리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파장은〓은행권은 무담보여신의 경우 대손충당금을 최고 95%까지 쌓아야 하기 때문에 여신액이 많은 외환 한빛 조흥은행 등은 수천억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한다. 이들은 모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어서 자체적인 경영정상화 계획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하이닉스 미국현지법인(HSA)에 대해 10억4000만달러(1조3300억원)의 물품구매이행보증을 선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현대종합상사에도 불똥이 튀게 된다. 이 보증은 연대보증 성격을 갖고 있어 대출자인 체이스맨해튼은행(CMB)은 자금여력이 있는 현대중공업에 보증이행청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현대중공업 주가는 최근 20%나 하락했다.

또 하이닉스의 수출물량은 우리나라 전체수출액의 3.5∼4%를 차지하고 있고 하청 및 협력업체가 워낙 많아 국가경제에 커다란 주름살을 안겨줄 전망이다.

<김두영·박정훈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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