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공자금투입 은행 조기민영화…"공자금 앞당겨 회수"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3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8일 “정부소유 금융기관의 정부소유를 종결시킬 계획을 세우라”고 내각에 지시한 것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등의 민영화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의미한다. 또 공적자금 처리에 관한 정부의 기본방향도 ‘시간을 둔 회수액 극대화’보다는 ‘손실을 각오한 조기 회수’로 달라질 전망이다.

김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현 정부 출범 때 내걸었던 ‘시장경제 창달’에 대해 우리 사회에 회의적 시각이 널리 퍼져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이두원(李斗遠·경제학) 교수는 “공적자금 투입과 이에 따른 대다수 시중은행의 ‘국영은행화’는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금융권에 대한 정부개입 확대와 관치금융 논란으로 ‘시장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주식시장이 침체돼 있고 실물경기도 어려운데 정부소유 은행지분을 서둘러 팔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렵고 공적자금 회수율도 낮은 것으로 판단해 왔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대한 본격적인 민영화 착수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잡아왔다. 그러나 ‘국영 은행’이 계속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부실 대기업 처리를 위해서도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는 비판을 외면하기 어렵게 된 것.

재정경제부 등은 공적자금투입 금융기관의 민영화나 해외매각을 위해 정부지분을 조기매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정부 지분을 본격적으로 내다 팔기 전에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쯤 은행 주식과 공기업 주식을 한데 묶어 ‘오페라 본드’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페라 본드란 2개 이상의 주식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일정기간이 지난 후 주가가 높게 오른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

다만 국내 증시가 현재와 같은 침체상태를 당분간 벗어나지 못한다면 본격적인 정부지분 매각은 한계를 지닐 전망이다. 정부로서는 일정규모의 공적자금 손실은 어쩔 수 없지만 지나치게 손실액이 클 경우에 따른 책임문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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