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美경영혁명 타락…앞으론 高성장 없다"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51분


“앞으로 상당기간 90년대와 같은 기업수익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토크빌어셋매니지먼트의 프랑수아와 시카르 회장(사진)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미국경제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시카르회장은 그 근거로 가장 먼저 “80년대 중반 시작된 경영혁명이 근년들어 타락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80년대중반 이후 10여년동안 각광받았던 ‘구조조정의 전도사’들은 쓰러져가던 기업을 과감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으로 기사회생시키는 것만 알았지 기업을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

인수합병 붐이 잦아들면서 인수합병을 틈타 간단한 회계조작으로 기업수익을 부풀리는 사례가 크게 줄어든 것도 기업수익 고성장의 가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가 말한 회계조작이란 합병을 계기로 과거의 부실요인을 일거에 상각하거나 현금성 여유자산을 다가올 회계연도의 영업이익으로 넘기는 방식. 그는 또한 유례없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 속에서 새로 사장 자리를 꿰찬 신진 지도자들이 매출 부풀리기 등의 장난을 일삼아 ‘고성장의 환상’을 심어줬었다”고 회고했다.

시카르외장은 “닷컴 몰락은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울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닷컴들은 경제 전체의 기업수익 증가에 기여한 바는 없지만 인력, 설비 및 부동산, 광고 시장에서는 큰손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몰락은 고용 감소의 후유증은 물론 소비재, 장비 업종의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주가급락에 따라 스톡옵션의 봉급 억제 효과가 사라진 것도 임박한 시련기에 기업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근로자들이 ‘몇년뒤면 우리사주를 팔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접고 ‘당장 월급이나 올려달라’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으로 기업수익성은 점점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데도 미국 주가는 여전히 높다는 게 그의 판단. 미국 500대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999년의 32.5에서 현재 25로 떨어졌지만 이는 1870년 이후 평균PER 14.2에 비해선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 2000년 이후의 주가급락은 1997∼2000년의 주가 거품을 터뜨렸지만 1990년대 초중반에 생긴 거품까지는 없애지는 못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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