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 CB 1조' 信保 보증거부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8분


하이닉스반도체 자금난의 해법을 놓고 정부와 채권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채권단은 정부출연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통해 손실분담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채권단이 스스로 해결하라’며 거부했다.

이에 따라 2일 열릴 예정이었던 하이닉스 관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3일로 연기됐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대신 전환사채(CB) 1조원을 채권단이 일괄인수하고 투신권이 내년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8000억원을 차환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은행들이 정부의 보증 없는 손실분담에는 난색이어서 합의여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는 이달 말로 계획된 1조8000억원의 외자유치가 무산될 경우 유동성위기가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통상마찰 때문에 안된다〓하이닉스는 채권단이 올 상반기에 회사채신속인수를 통해 인수한 1조원에 대한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돌아오는 만큼 5월 중 CB 또는 회사채 1조원 인수를 통해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은행권은 자신들만 손해볼 수는 없다며 처음에는 신용보증기금이 70% 이상을 보증할 것을 요구하다가 30∼40%까지 수준을 낮췄다.

하지만 진념(陳稔) 경제부총리가 국회답변을 통해 “하이닉스에 대한 회사채신속인수를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어 채권단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이미 산업은행의 회사채신속인수제도가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투자기관인 신보가 하이닉스 CB에 대해 신용보증을 서면 통상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것.

▽대안은 없나〓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분 1조원. 따라서 만기가 돌아오면 이를 채권단이 채권비율대로 분담해 차환발행해주면 된다.

한 시중은행장은 “외자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면 은행장들이 차환발행에 대한 확약서를 써주면 될텐데 왜 자꾸 CB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가 CB 1조원을 고집하는 것은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고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하면 채무상환부담이 없어지기 때문. 또 내년에 채권단이 차환발행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어 일단 현금 1조원을 확보해야 외국인투자자에게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밖의 문제들〓하이닉스의 가장 큰 문제는 부채가 11조6402억원(2000년말 기준)으로 매출액(8조9024억원)과 영업이익(1조5007억원)에 비해 너무 많다는 것.

작년도 이자비용이 1조1421억원이나 돼 신규설비투자는 물론이고 회사채 및 대출금에 대한 원금상환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단 일부에선 “현대건설처럼 대주주 지분 감자(자본금감소) 및 출자전환을 통해 과도한 부채를 적정수준으로 줄이고 신규자금을 지원 받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모든 부채의 만기를 2003년 이후로 연장해주면 독자생존하겠다는 견해다.아울러 씨티은행은 재무구조개선계획을 만들면서 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은 11조원, 내년엔 14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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