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동향과 예측]빗나간 예상…'3%대 억제' 빨간불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38분


30일 발표된 ‘3월 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에서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에 ‘빨간 불’이 켜졌음을 알 수 있다. 물론 3월까지의 석달간 물가통계를 갖고 올해 전체를 비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건을 종합해 보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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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물가동향 분석〓정부는 1월에 큰 폭으로 올랐던 물가가 2월에 전월 기준으로 어느 정도 수그러들자 3월 이후에는 물가가 본격적인 안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3월 소비자물가는 다시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3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은 농축수산물과 교육비. 농축수산물 가운데 밀감은 한달 전보다 무려 39.4%나 올랐고 감(29.1%), 고등어(18.1%), 닭고기(16.1%) 등도 큰 폭 상승했다.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으로 닭고기 등 쇠고기를 대체하는 육류 및 생선수요가 늘었고 올해 초 폭설여파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3월의 ‘농축수산물 가격지수’는 최근 5년간의 3월지수 중 가장 높은 125.4로 뛰어올랐다.

새학기를 맞아 학교납입금도 많이 올랐다. 유치원 납입금은 9.6%, 사립대 7.1%, 국공립대는 6.6%가 각각 상승했다. 이달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 0.6%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량이나 됐다. 또 수도권의 상하수도 요금도 많이 올라 전반적인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정부는 경기침체로 공산품 수요가 적어 국제유가도 최근 안정돼 앞으로 원화환율이 크게 올라 수입물가를 끌어올리지만 않는다면 물가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갑원(吳甲元)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은 “환율상승이라는 변수만 아니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3%대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물가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많이 올라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정책의 여유가 다소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넘어서는 등 원화가치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어 물가관리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만 해도 올해 환율은 달러당 1170원정도로 내다봤으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달러당 원화환율이 10% 오르면 국내물가를 1.3∼1.5%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상반기 물가상승률 억제를 위해 하반기로 미루어 놓았던 각종 공공요금 상승까지 가세하면 정부가 생각하듯이 연간 3%대 물가억제는 아무래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하반기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일부 세금감면, 금리인하 등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화환율과 공공요금이 더 오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재경부에서도 전체 국민경제를 감안하면 경제성장 국제수지 물가 중 물가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실물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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