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회장, 증시에도 큰 발자취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50분


고 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경제에 남긴 거대한 족적 못지 않게 증시의 발전과도 긴밀한 인연을 맺었다. 70년대에 가속도가 붙은 경제성장의 역사는 정 전회장이 세운 계열사들이 증시에 차례로 진입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계열사 증시 진입〓정 전회장이 설립한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증시에 들어온 기업은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74년 6월 상장돼 150여개 기존 상장기업들과 어깨를 견주었다. 현대차는 당시 최첨단산업에 속해 한국의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는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져 98년 기아자동차까지 계열사로 흡수했지만 작년 8월에는 계열 분리되면서 정 전회장의 품을 떠났다. 상장 후 27년이 흐른 지금 현대차는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7위(22일 현재)로 올라섰다.

50년 정 전회장이 세워 현대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은 84년 12월 거래소에 들어왔다.현대그룹 초기 주력사 중에서는 증시 진입이 가장 늦었다. 정 전회장은 21일 남은 지분 5062만여주를 모두 현대건설에 무상증여했다.


이밖에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차에 흡수된 현대자동차써비스는 77년에 나란히 상장됐다. 현대미포조선은 83년 증시에 발을 디뎠다. 21세기 현대그룹을 대표할 현대전자는 96년에 증시에 진입했고 현대중공업은 이보다 늦은 99년에 상장됐다.

▽주식과 부의 분배〓정 전회장의 ‘왕국’이었던 현대그룹은 각 계열사의 주식이 자녀들에게 분할되면서 임자도 바뀌었다. 현대차를 물려받은 2남 정몽구 회장은 주식보유금액이 2307억원(21일 현재)에 이른다. 주식보유금액만으로 ‘한국의 갑부’ 2위에 해당한다.

6남 정몽준 고문은 73년 현대건설에서 분리된 현대중공업을 승계했다. 정 고문의 주식보유금액은 2146억원으로 국내 주식부자 5위에 올라있다. 전자와 건설 상선 상사를 받아 현대그룹의 승계자가 된 5남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장의 주식보유금액은 698억원이었다.

3남 정몽근 회장은 현대백화점을, 7남 정몽윤 고문은 현대화재를 각각 이어받아 주식보유금액이 각각 531억원과 114억원이었다. 정 전회장 본인은 현대건설 지분 무상증여로 중공업(38만여주)과 상선(28만여주)만 남았다. 남은 지분도 상속되면 정 전회장은 결국 ‘공수래 공수거’하는 셈이다.

▽계열사의 시련과 전망〓현대그룹 관련기업(계열분리사 포함)의 시가총액은 96년 4.9%에서 2000년 8.0%로 증가했다. 또 현대그룹 상장기업들의 전체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0년 10.3%에서 99년 18.2%로 계속 늘어났다.

그러나 증시에서 밀어붙인 ‘불도저식 확장경영’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투자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99년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작년에 종합주가지수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현대전자와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 주가는 최고 4만2000원(95년 10월)에서 최저 1460원(작년 11월)으로 96.5% ‘수직낙하’했다. 현대전자 주가도 최고 4만9600원(97년 6월)에서 최저 2990원(3월21일)으로 94.0% 곤두박질했다. 현대관련 기업들의 최고주가 대비 하락률은 평균 83.3%에 이른다.(표 참조)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그룹과 중공업은 종합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하는 주가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건설과 전자 금융관련주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주가움직임이 큰 편차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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