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창업자 역사속으로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현대의 정주영’과 ‘삼성의 이병철’로 대표되는 창업 1세대는 8·15 광복과 6·25 전쟁을 전후한 역사적 격변기에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맨손으로 일어나 세계적인 기업을 키운 주역들. 근면과 성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보릿고개를 넘던 아픈 기억을 딛고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속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짧은 기간에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문어발 확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감수해야 했다.

고인의 별세로 삼성 LG 현대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의 창업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나름대로 소임을 다하고 떠난 빈 자리는 후배 경영인들의 차지가 됐다.

▽창업 1세대의 아름다운 퇴장〓창업 1세대는 전자 자동차 화학 정보통신 건설 중공업 항공 무역 유통 식품 등 전 업종에 걸쳐 산업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SK 최종현 회장이 별세했고 롯데 신격호, 한진 조중훈 회장 등은 현역으로 활동중이다.

▼재계 새질서▼

- 1. 4대그룹 창업자 역사속으로
- 2. 재계 세대교체…바뀌는 경영패턴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인 삼성과 현대를 창업한 이병철과 정주영은 창업 1세대 중에서도 여러모로 대비되는 인물. 정회장이 건설 자동차 중공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에서 일가를 이뤘다면 이회장은 섬유 가전 반도체 금융 등 ‘경박단소(輕薄短小)’의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기업들을 키웠다.

고 구인회 LG 회장은 비누 치약 등 생필품을 만들며 화학공업의 기반을 닦았고 금성사를 통해 라디오 선풍기 세탁기 냉장고 흑백TV 등을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73년 창업자이자 형인 고 최종건 회장이 타계하면서 자리를 물려받아 스스로를 ‘1.5세대 창업주’라고 부른 고 최종현 회장은 SK를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의 강자로 키웠다.

반면 세계 경영의 기치를 내걸었던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확장 일변도의 무리한 경영으로 몰락한 뒤 해외 도피하는 신세가 됐다.

▽2, 3세의 활발한 약진〓창업 1세대의 퇴진과 맞물려 주요 그룹의 후계 체제 구축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LG와 코오롱은 이미 창업 3대가 조부의 사업을 이어받아 회장을 맡고 있고 삼성과 현대기아차도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나섰다. 두산 등 일부 그룹에서는 창업 4세대가 핵심 임원으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후손의 경영 세습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연구위원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포함해 대다수 창업 1세대는 난관에 굴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으로 한국을 빈곤에서 구해낸 걸출한 기업인들”이라며 “이런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현역 경영진의 몫이고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재계의 판도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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