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도 못자요"이종대 대우자동차 관리인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9분


“대우자동차 문제는 기아자동차 처리과정과 비교도 안되게 복잡합니다. 외국정부와 해놓은 법적약속들이 너무 많아서 해외법인 하나 처리하는데도 기아그룹 전체보다 힘들다면 말 다했죠?”

7일 만난 이종대(李鍾大·사진) 대우자동차 관리인은 거칠어진 얼굴을 쓸어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대우차 회장직을 맡고나서부터 경기도 분당의 집 대신 인천 부평의 아파트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는 그는 최근 더욱 바빠졌다. 부인이 자주 못들르기 때문에 아침에는 두유에다 생식을 타서 마신다.

“요즘 잠도 거의 못잡니다. 울적할 때마다 아코디언 연주로 마음을 다스려왔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여유가 없어요. 이러다 몸이 망가지지 싶지만 어떡합니까. 대우자동차 해결과정이 한국의 구조조정에 모델케이스가 되는 걸요.”

다음주면 노조와 함께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인력감축 규모 등을 확정지어야한다. “사실 조합원 자르겠다는 결정을 내려야하는 노조집행부의 고민도 이해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10월말 발표했던 3500명 감축안보다 “훨신 강도 높은”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인력감축도 문제지만 협력업체가 큰 문제다. 협력업체도 기존 발행어음 가운데 40%만 네차례에 걸쳐 나눠받다보니 죽을 맛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대우차가 살기위해서는 납품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 전날도 협력업체 사장들을 만나 이 점을 설득했다.

무엇보다 심란스러운 것은 구조조정 이후의 대우차에 대한 밑그림이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 제너럴모터스(GM)가 대우차 인수에 뛰어들지, 그 경우에도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만일 GM이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 모두 다 관리인에게 맡겨진 숙제다.

그는 관리인으로 선임되던 지난 1일 대우빌딩 회의실에서 이영국(李泳國)대우차 사장 이동호(李東虎)대우자판 사장 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 김광두 서강대교수 등 교수 대여섯 명과 머리를 맞댔다. 영국의 토종 자동차회사인 로버의 구조조정 사례를 바탕으로 대우차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기위한 자리였다. 여기서도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포드사태처럼 매각에만 목매고 있다가 휘청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은 명확해졌죠. 국유화나 종업원 지주회사 등 여러 대안을 놓고 하나하나 검토해가고 있습니다”. 잠깐의 식사를 마치고 그는 황급히 다른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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