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마저…" 11월 증가율 6.5% 그쳐

  • 입력 2000년 12월 1일 18시 31분


11월 수출 증가율이 작년 5월 이후 1년 반만에 한자리 수로 내려앉았다.섣불리 판단하긴 이르지만 우리 경제 지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호조를 보여온 수출마저 기세가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만 하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잠정) 에 따르면 수출은 151억23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났다.

수출 증가율 6.5%는 올해 1∼10월 수출 평균 증가율 24.5%에 비해 겨우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

이 기간 중 수입은 141억9100만달러로 21.0% 늘어나 무역흑자는 9억32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7월 이후 4개월만에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는 특히 연말로 갈수록 수출과 무역흑자가 급증하던 예년 경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수출 전선의 이상 현상으로 풀이된다.

산자부는 작년말 밀어내기 수출로 수출증가율이 10월부터 20%대로 높아졌던 것의 기술적 반락 성격이 짙다 고 분석했지만 11월의 수출 부진은 국내외의 수출여건 악화에 따른 것이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가격 하락 여파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해 두달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반도체 수출은 9월 26억달러에서 10월 23억달러로 준 데 이어 11월엔 22억달러대로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에서 중국과 대만 등의 저가공세,국제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 하락이 겹쳤다.

컴퓨터도 부품 가격 하락과 작년 수출호조에 따른 상대적 영향을 받았고 자동차는 대우차의 부도 여파로 10월보다 3억달러 가량 수출이 줄었다.

세계경제의 하강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일본과 유럽지역으로의 수출이 3.6%와 2.6% 감소세로 돌아섰고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도 0.8% 증가하는데 그쳤다.미국만 14.2% 증가해 호조를 지속했을 뿐이다.

특히 더 우려되는 것은 당장의 수출침체보다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될 경우다.미국의 경기 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내년에도 수출 여건이 크게 나아질 것은 없다.

다만 산자부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업체들이 수출에 더욱 주력할 여지가 많다 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고질병인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103억달러를 넘어서 지난해 전체 적자 83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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