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들이 보는 내년 한국경제]대체로 '흐림'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15분


각계 경제전문가들이 바라본 내년 우리경제 기상도는 대체로 ‘흐림’이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경제위기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도 눈에 띈다. 결국 앞으로 우리 경제가 추락하느냐, 아니면 다시 살아나느냐를 적잖게 좌우할 변수는 우리 사회의 각 경제주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명암 교차하는 거시경제지표〓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예상한 내년 우리 경제의 각종 거시경제지표는 걱정되는 부분이 수두룩하다.

올해 9%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실질경제성장률은 5%대로 낮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각각 4%와 5%에 육박해 올해보다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반국민으로서는 만만찮은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급격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의 전문가가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보다 꽤 줄어들지만 여전히 60억달러에 가까운 흑자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가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본 전문가는 한 명에 불과했다. 현재 500을 조금 넘는 종합주가지수도 내년에는 640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큰 걱정거리로 떠오른 원화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도 내년에 ‘과속’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1차 해외변수’로 불리는 국제유가도 국내수입이 가장 많은 두바이산 원유 기준으로 배럴당 27달러선에 머물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봄 경기회복은 어려울 듯〓재정경제부는 최근 경제동향 설명회에서 경기가 내년 봄에 바닥을 치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내년 봄 경기저점론’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 무려 70%의 전문가가 이 같은 전망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경제 및 경영학 교수 5명 중 김기원(방송통신대) 이두원(연세대) 정운찬(서울대) 최도성(서울대)교수 등 4명이 회의적이었고 하성근교수(연세대)만이 내년 봄을 고비로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낙관했다.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 10명 가운데도 8명이 ‘내년 봄 경기저점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경기하강세가 내년 여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비관적 시각은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내년에도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은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결국 실업증가 등 구조조정에 따른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의 회생은 쉽지 않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현상에 관한 ‘이중잣대’가 흔한 우리 현실에서 앞으로 우리 경제를 논의할 때 참고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벤처기업의 ‘봄’은 내년에도 어려울 듯〓올 2·4분기(4∼6월) 이후 혹독한 겨울을 맞은 벤처기업은 내년에도 어려움이 이어질 것 같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에 가까운 68%가 내년 중 벤처기업이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특히 정부관련 및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80%가 비관적이었다. 벤처 및 정보기술(IT)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조차 60% 가량이 내년에도 벤처업계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세마리 토끼’ 중에는 먼저 국제수지 흑자를〓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내년에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국제수지 흑자 등 이른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 중 상대적으로 무엇을 중시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한 정책과제가 된다.

이에 대해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 중에는 국제수지 흑자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의 교훈으로 최악의 경우 대외유동성 부족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일단 외화가 풍부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연구소와 금융기관, 외국계 기업 및 금융기관에서 이런 답변이 두드러졌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 대체로 1위로 나오는 물가안정은 이번 전문가 조사에서는 국제수지 흑자는 물론 경제성장보다도 상대적 중요빈도가 낮게 나왔다.

▼경제전문가 50명의 내년도 경제지표 전망치▼

 전체
평균
학계정부관련연구소민간연구소국내대기업벤처업계금융기관외국계기업및 금융기관경제부처
실질경제성장률(%)5.35.35.05.95.84.85.14.85.5
연간소비자물가 상승률(%)3.94.43.53.44.05.83.53.83.2
국제수지 흑자폭(억달러)56.751.67453.560.22850.867.869
설비투자증가율 (%)10.616.313.787.3128.84.323.3
실업률 (%)5.05.15.14.156.44.754.4
평균임금상승률(%)797.87.67.46.85.16.37.7
연평균환율(원/미국달러)116712131178113611531186115612001142
연평균 종합주가지수642618660680646590621640696
국제원유가(달러/두바이산 1배럴)27.627.32726.727.62927.62826.4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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