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공적자금 어디에?]109조중 은행권 70조 사용

  • 입력 2000년 11월 9일 19시 01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97년 말부터 올 8월말까지 부실 금융기관에 쏟아 부은 1차 공적자금은 모두 109조6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484조원의 약 4분의1이나 되며 지난해 정부 총지출액 113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1차 공적자금은 크게 △협의의 공적자금 △공공자금 △회수자금 재사용분 등 세가지로 나뉜다.

‘협의의 공적자금’은 64조원 규모로 예금보험공사 및 자산관리공사가 국회동의와 정부의 원리금지급보증을 받아 채권발행을 통해 조성한 돈을 말한다. 27조원 규모인 공공자금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지원된 자금 중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자금으로 국제기구 차관자금과 예금보험공사 등이 포함된다. 공적자금 중 일부를 회수해 다시 투입한 회수자금 재사용분은 18조6000억원.

사용내용을 보면 전체 공적자금 109조6000억원 중 64%인 70조3000억원이 출자 출연 부실채권매입 등의 형태로 은행권 구조조정에 쓰였다. 이중 제일은행 한곳에만 12조원 이상이 들어갔고 서울은행에도 8조원이 투입돼 두 은행은 ‘돈 먹는 하마’ 노릇을 했다. 막대한 자금을 퍼부은 제일은행은 불과 5000억원에 팔렸다.

비은행 금융기관 중에는 투신사와 종금사에 각각 12조원 가량이 들어갔고 보험사에 약 10조원, 신용협동조합 및 신용금고에 약 4조원이 투입됐다.

1차 공적자금 사용과 관련해 제일은행처럼 ‘투입과 산출’ 사이의 효율이 너무 낮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 제대로 살아날 수 없는 일부 금융기관을 지원하다 부실을 키우기도 했다.

대한 중앙 나라종금은 98년 영업정지됐다가 재개 후 다시 문을 닫았는데 이 과정에서 52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제일종금 신세계종금 등 16개 종금사 부실채권을 9200억원 가량 사들였지만 결국 문을 닫았고 투신사도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사태가 적지 않았고 부실기업주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많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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