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세금' 그냥 참지 마세요

  • 입력 2000년 11월 9일 18시 49분


억울한 세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까다롭다고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금액이 크고 세무서를 찾아가 항의하자니 자신이 없는게 일반인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그러나 잘못된 세금 부과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권리 구제 제도를 알고 있다면 걱정할 게 못된다.

지난해 이후 납세와 관련된 행정 소송 현황을 보면 지난해 제기된 1069건의 소송중 정부를 상대로 시민이 승소한 것이 137건에 달했다. 법원이 아니라 세무서에 내는 ‘이의신청’의 경우에도 올 상반기에 1853건이 청구돼 44%인 731건이 납세자의 의견대로 처리됐다.

▽세금이 고지되기 전의 권리 구제제도〓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조사 관청은 조사 결과를 납세자에게 통지해야한다. 이를 ‘과세 예고 통지’라고 하는데 여기에 이의가 있는 경우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조사관청(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에게 통지 내용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과세전 적부심사청구서). 세무서장은 이 청구를 받으면 30일 이내에 결정을 하고 납세자에게 통지를 해야한다.

또 처리 기간중에는 세액이나 과세 표준 등의 결정을 미뤄야한다.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때는 관계서류를 열람할 수도 있고 의견도 진술할 수 있다.

직접하기 어려우면 세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도 있고 이미 낸 청구서를 수정하고 싶으면 추가 제출도 가능하다. 그러나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기한은 반드시 지켜야한다.

▽세금이 고지된 이후에도 구제가 가능〓억울하게 많은 세금을 내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에는 행정 관청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에는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내는 ‘이의신청’과 국세청장에게 내는 ‘심사청구’, 국세심판원에 제출하는 ‘심판청구’, 감사원에 내는 감사원 심사청구가 있다.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는 같은 개념이기 때문에 중복해서 신청할 수는 없지만 이의신청은 심사청구나 심판청구와 함께 제기할 수도 있다.이 과정을 거쳐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같은 ‘불복청구’에 대한 결정은 당초의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이익이 되는 쪽으로 하지 못하게 돼 있다(불이익 변경의 금지). 따라서 불복청구를 해서 혹시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필요없다.

▽불복청구 대상과 처리〓불복청구 대상은 세금과 관련된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한 모든 경우에 해당된다.

세금을 늦게 내 부당하게 재산을 압류당했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압류를 해제해주지 않는 경우, 부당하게 연대납세 의무자로 지정받는 경우 등 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항이 아닌 일반적이고 막연한 사항이나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벌과금은 권리구제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납세자가 낸 청구는 심리를 거쳐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인용(認容)’결정을 해서 고지한 세금을 취소하거나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납세자 권리 헌장〓정부는 96년 ‘납세자 권리 헌장’을 제정했다.

헌장을 위반했을 때의 구체적인 제재 조치가 없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세무 행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요 내용을 보면 △중복 조사 금지△세무조사에서 조력을 받을 권리△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세무조사의 사전통지와 연기신청△세무조사의 결과통지△비밀유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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