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회사채인수 의미]연말 '돈脈 경화' 풀기 비상처방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8시 31분


정부가 국책은행을 동원하면서까지 회사채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은 연말 시중 자금사정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IMF 환란직후 기업들은 고금리를 무릅쓰고 회사채를 무더기로 발행했다. 이를 갚을 날짜가 올 연말, 내년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물량을 받아들일 투자세력이 나타나지 않는 것. ‘국책은행 카드’라는 비상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국책은행, 회사채 투자 나선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투신권 돈이 우량은행으로 100조원이상이나 흘러갔지만 소매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은행들이 회사채를 사들이지 않고 있어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 금융구조조정이 가파르게 전개되면서 연말로 갈수록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해 위험자산으로 둔갑할 수 있는 회사채 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것. 재경부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금난 해소 ‘단비 역할’〓국책은행까지 나서 회사채에 직접투자하면 꽁꽁 얼어붙은 기업자금난을 해갈하는데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2차 채권형펀드를 연기금과 우체국 은행들이 10조원어치를 조성한 데 이어 나온 ‘낭보’이다. 산금채 발행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1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32조5000억원어치 중 대기업이 자체 조달가능한 금액과 채권형펀드 지원분을 제외한 나머지 10조원 안팎이 은행으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삼성 LG SK그룹의 일부 초우량 계열회사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을 뿐 중견그룹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채권발행이 갈수록 어렵다”고 말했다.

오규택(吳奎澤·중앙대교수) 한국채권연구원장은 “정부가 늦게나마 채권시장 정책을 국채 이자율 낮추기에서 회사채 수요기반 확충으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투자위험 떠안아〓이번 조치는 정부가 얼마나 자금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반영한 것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을 방치할 경우 금융 기업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우량한 기업마저 줄줄이 쓰러질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투신이 주도하던 채권시장은 지금 농협 등 일부 소규모 기관이 참여하고 있을 뿐”이라며 “국책은행을 동원해서라도 채권을 소화해 주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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