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투신운용 김기환 상무, "스타는 가라" 시스템으로 승부

  • 입력 2000년 10월 8일 19시 20분


“지금까지 펀드매니저들은 외줄을 타는 심정으로 펀드를 운용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외줄타기에 성공한 매니저들은 거의 전무합니다. 시장 상황을 탓할게 아니라 운용을 펀드매니저 개인에게 맡길 수 없는 때가 왔습니다.”

최근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이사에서 삼성투신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억대연봉의 스타펀드매니저’출신인 김기환상무(38)의 자기반성적 진단이다. 한 개인이 수십개의 펀드를 굴리기에는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는 인식도 중요한 요소였다.

삼성투신운용에 둥지를 틀면서 김상무가 돌파구로 삼은 증시 대응전략은 ‘시스템 구축’. 투신운용사로는 전례없이 거액을 들여 종목분석가(애널리스트) 11명을 외부에서 충원했다. 종목 이외에 증시 주변상황만을 점검하는 투자전략팀도 진용을 갖췄다.

먼저 분석가들은 10개 업종별 종목들을 깊게 파고든다. 1명당 많아야 20개 종목정도를 맡는다. 투자자들을 위한 분석이 아니므로 매도하라는 주문도 자주 제시한다. 철저한 내재가치 위주 분석으로 해당 업종지수를 능가할 종목군(포트폴리오)을 만든다.

전략팀은 시장 변수만을 챙긴다. 미국 증시와 국내 경기, 수급 상황 등이 점검대상이다. 이를 토대로 펀드내 주식과 업종편입비율을 결정한다. 하지만 분석가들이 낸 종목군을 바꿀 수는 없다. 전략팀은 분석가들이 제시한 포트폴리오 상승률을 앞서면 된다.

펀드매니저들은 전략팀이 만든 틀 안에서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 전략팀이 내놓은 전략포트폴리오를 앞설 자신이 있을 때만 주식편입비율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범위는 ±10% 이내로 제한된다. 펀드매니저 개인의 자의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김상무는 “이 시스템은 단계별로 각 주체의 임무와 역할이 분명한 반면 부담은 크지 않다”며 “대신 각 주체의 기능이 한 곳으로 모아지면 그 결과는 매니저 한명의 능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김상무의 운용시스템은 무수히 많은 투자정보들을 최대한 모으되 각 정보에 따라 ‘주식을 살 것인가, 팔 것인가’를 여럿이 의논해 결론을 내린다. 매일 오전 7시50분부터 한시간씩 운용본부 회의를 열어 토론을 벌인 뒤 그날의 운용방향을 정한다.

그는 “팀단위의 운용방식은 펀드의 수익률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꾸준하게 올라가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초쯤에는 시스템식 운용의 우월성이 수익률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무는 기업구조조정 강화에 발맞춰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투명성도 올라가면 주가지수도 일관성있게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시스템식 펀드 운용이 한층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삼성투신운용이 비록 삼성그룹 계열사이지만 삼성증권에 맡기는 약정고는 전체의 11%에 불과하다”며 “펀드운용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와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에 우선적으로 약정을 맡긴다”고 덧붙였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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