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울고 싶어라"

  • 입력 2000년 9월 28일 19시 01분


요즘 서울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세운상가에 가보면 시장에 얼마나 찬바람이 불고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에는 전체 상가가 썰렁하다.

결혼시즌을 앞두고 한창 손님이 북적거려야할 가전제품 상가에도 손님이 거의 없다. 지나가는 손님이 없다보니 매장주인들은 가게안에서 올림픽 경기만 시청할 뿐 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8월부터 경제위기설이 돌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인터넷판매상이 등장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에 치열한 가격인하경쟁이 벌어지면서 마진폭이 절반이하로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또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업체들이 말레이시아나 중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국산보다 싼 값을 제시하면서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갑을 열지않는 소비자들〓유통업체들은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이상 줄었다고 울상이다. 특히 올림픽과 결혼시즌을 맞아 특수를 기대했던 가전제품 유통업체들은 “성수기에 이렇게 장사가 안되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이다.

특히 장사가 잘되기로 소문났던 용산전자랜드의 한 대리점이 최근 부도가 나 유통상들에게 큰 충격에 줬다. 작년에 임대료가 대폭 오른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입점업체들의 경우 “직원들 월급주기도 힘이 든다”며 “문을 닫기위해 장사를 정리하는 업체들도 있다”고 말한다.

PC 유통업체들의 경우에는 이대로 재고물량을 떠안고가다가는 10월경에 대규모 부도사태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고 있다. 대리점 면허를 제조업체에 아예 반납하는 소매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부터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김치냉장고 시장을 노리고 여름에 김치냉장고를 수천대씩 사놓았던 대형 유통업체들은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이버 쇼핑몰의 가격인하압력〓상가주인들은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넷 판매상이 등장하면서 마진폭이 크게 줄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대다수 소비자들이 아직 고가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제품정보나 가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고 매장에 오기 때문에 유통업체에서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용산전자상가 노트북 판매상 김모씨(32)는 “200만원짜리 노트북을 팔면서 1만원 이익을 보기도 힘들 정도”라며 “사이버 쇼핑몰이 유통시장을 흐려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온라인 판매상과의 경쟁 때문에 제품당 마진이 작년에 비해 절반이상 줄었다는 것.

이와관련 전자제품 역경매사이트 예쓰월드 이상길이사는 “인터넷 판매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사이버 쇼핑몰의 등장 자체가 전체 유통업체들이 가격인하압력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간도매상과 소매상들은 상당수 정리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8월초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도 인터넷 구매제품중 70%가 전자제품인 것으로 나타나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격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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