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또 '겸직'논란…은행평가위원장 시중銀에 참여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32분


은행경영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서강대 김병주(金炳柱)교수가 지난해 2월부터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맡아 온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은행위원회는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시중은행이 이달 말까지 제출할 자구계획안을 평가해 금융지주회사 편입을 결정하는 등 은행의 사활을 쥔 자리여서 위원장의 시중은행 사외이사 겸직문제는 공정성 시비를 부를 수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안대륜(安大崙·자민련)의원은 이날 오전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곽수일(郭秀一)교수와 같은 위원회 위원인 이화여대 이기호 교수가 각각 IMT―2000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LG전자와 한국통신의 사외이사로 재직해 왔다”고 주장했다.

▽지도층의 ‘무신경’〓두 교수의 겸직 문제는 지난주 이후 불거져 온 금융감독위, 공정거래위, 금감위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비상임위원과 자문위원 7명의 삼성엔지니어링 등 재벌계열사의 사외이사직을 맡은 것에 잇따른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현재까지 겸직 전문가가 정부기구에서 개별기업의 이익을 위해 영향을 미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의결 및 자문과정에서 재계의 시각이 보이지 않게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참여연대 장하성(張夏誠)교수는 “두 교수처럼 직접적인 이해당사 기관에서 일해왔거나 중책을 맡게 되는 상황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기구 비상임위원 A씨는 ‘사외이사 겸직’에서 드러난 사회 지도층의 무신경을 비난했다. A씨는 “나도 사외이사 자리를 여러차례 제의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어떻게 법규정에는 위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 자리를 한꺼번에 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감위 산하 비상임위원인 B씨는 “지난해 5월 임명 당시에 한 은행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에 올 2월 주총때 자진해 물러났다”며 ‘겸직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엄밀히 구분돼야〓그러나 일각에서는 △법적 하자가 없고 △재벌오너 입김을 떨칠 수 있고 능력도 있는 사외이사 자원이 얼마 없다는 이유로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장하성교수는 “정부기관이 감독하지 않는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맡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교수는 또 “전문성을 갖추고도 재벌오너 앞에서 소신발언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 자원이 가뜩이나 부족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중은행 상무인 C씨는 겸직문제에 대해 “‘규정 조문’은 어기지 않았지만 한국처럼 재벌이 비정상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규정의 취지’를 어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C이사는 또 “사외이사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라면 정부 기구의 자리를 떠나 사외이사직만 충실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정부기구직위 / 해당자현직사외이사 기업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국찬표서강대 교수삼성엔지니어링
〃 /박진원변호사(세종)현대중공업
〃 /박상용연세대 교수LG그룹 데이콤
은행경영평가위원장/김병주서강대 교수신한은행
증권선물위원회비상임위원/정광선중앙대 교수동아건설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이성순성균관대 교수제일화재해상보험
자문위원 /김광연변호사현대차, 현대강관
〃 /김동환변호사웅진닷컴

정보통신

정책심의회

곽수일서울대 교수LG텔레콤
이기호이화여대 교수한국통신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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