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중소기업]쓰레기에서 '보물'을 건진다

  • 입력 2000년 9월 25일 18시 37분


‘쓰레기 속의 금을 찾아라’

다락같이 오른 원자재 가격부담으로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깊어만가는 요즘.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해 쏠쏠히 재미를 보는 기업들이 있다. 버려지는 산업폐기물을 원료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는 재활용 업체들. 단단한 ‘하이테크’까지 갖춘 이들 중소기업에게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또다른 기회일 뿐이다.

▽한미진성㈜〓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이 업체는 전자제품 폐기물을 원료로 화학공정을 거쳐 금 은 파라듐 등 고순도 귀금속을 추출한다. 전자제품에 빠짐없이 들어있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 버려진 PC나 휴대폰 등 전자제품 폐기물이 주원료.

원자재 구입에 드는 비용은 전무하다. 폐기물을 제공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어 이익의 40∼50%를 돌려주고 있어 이전까지 자기 돈을 들여 폐기물을 처리하던 전자제품 업체들은 앞다퉈 폐기물 제공을 자청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자원재생공사에서 근무했던 이재영대표. 직업상 외국의 자원 재활용 사례를 수없이 접하던 중 ‘뜻한바 있어’ 창업했다고. “공정을 단순화하면서 추출된 귀금속의 순도를 얼마만큼 높이느냐가 기술의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이 기업에서 추출하는 귀금속의 순도는 99.99%. 삼성물산을 통해 국내 전자업체의 원료 및 수출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9월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해 현재 15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월 평균매출은 2억원 정도. 총 매출액의 40%를 마진으로 남기는 알짜 기업이다. 031―495―3199

▽㈜풍남반도체테크〓반도체 제조공정 중 실리콘 웨이퍼를 절단할 때 쓰이는 수입 연마제와 절삭유 폐기물을 정제해 연마제와 절삭유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재생슬러리’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이 전량 폐기하는 쓰레기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원자재 구입가격은 공짜.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연마제와 절삭유 가운데 85%가량을 재생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수입원자재를 15%만 보충하면 되는데다 재생 슬러리의 가격이 수입원자재 가격의 27% 수준에 지나지 않아 60%가량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폐기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일석이조의 효과.

재생슬러리는 특히 엄격한 정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부 불순물이 들어있는 수입 원자재보다 오히려 품질이 높은 것으로 실험결과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미국기업인 MEMC의 합자회사로 세워진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 ㈜포스코홀스에 납품하고 있으며 다른 반도체 제조업체와도 계약을 추진중이다. 지난달 4만ℓ의 재생슬러리를 생산,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매출 1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85%의 재생률에 만족하지 않고 연마제 정제과정에서 남는 15%의 ‘건데기’에서 순수한 실리콘 분말을 추출, 크리스탈 등의 원료로 생산하는 기술을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연구해 현재 완성단계에 와 있다.

97년 법인을 설립해 99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신지식인에 뽑히기도 했던 권태일대표는 “폐기물 배출 0%의 환경친화기업으로 키워 내년에 코스닥에 등록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053―356―8900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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