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논쟁 가열, "반도체주가 어디로 갈까"

입력 2000-09-24 19:22수정 2009-09-22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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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태풍’으로 반도체경기 논란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21일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이 ‘올 3·4분기(7∼9월)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발표하자 22일 미 반도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각 증권사가 일제히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등급을 내린 가운데 인텔이 21%, 마이크론테크놀로지(MU)는 16.8%나 폭락했다. 하지만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의 주 수요처인 컴팩컴퓨터는 ‘유럽수요가 예상수준을 유지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내 주가를 6.3%나 끌어올렸다.

이같은 반도체경기 논란과 이에 대한미 증시의 반응은 국내증시에 직수입되면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반도체산업의 처지가 미국과 다르다는점을 투자자들이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 반도체 경기논란의 경과〓논란은 7월초에 시작됐다. 미국의 몇몇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율이 정점에 달했다. 최대수요처인 PC 및 무선통신단말기 수요도 정체되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조만간 꺾일 것이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

한바탕 주가 요동을 겪고난 뒤 잠잠해지던 증권가는 9월 들어 다시 시끄러워졌다. 문제는 D램 현물가격 급락. D램 가격은 3·4분기 말부터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때쯤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PC 수요가 크게 늘고 연말 성수기에 대비한 재고비축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달랐다. 7월에 9달러에 육박하던 64메가D램 가격이 9월 들어 6∼7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냐, 추세적인 것이냐가 논란의 요점.

국내에서 낙관적인 시각을 대표하는 대우증권 전병서 팀장은 “D램이 가을을 타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일부 동남아 중소공급업자들이 경기논란에 깜짝놀라 3·4분기 이전에 확보했던 재고물량을 일시에 쏟아내고 있는 것이 가격하락의 원인이라는 것.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이같은 관점에서 삼성전자를 여전히 매수 또는 적극매수 추천하고 있다.

반면 현대증권 우동제 팀장은 “D램가격 하락은 미국에서 PC수요가 둔화되고 개도국시장에서 저가저용량 메모리의 PC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장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 증시가 요동치는 이유〓애널리스트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불안한 마음에 이리저리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구희진과장은 “반도체, 특히 D램 제조는 벽돌찍기와 같아서 전망하기가 어렵지 않으나 반도체 수요측면의 변화는 전체 경기에 밀접히 연관된 포괄적 성격 때문에 전망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그때그때의 반도체 주가에 따라 종전의 견해를 뒤집어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BOA증권의 리처드 휘팅턴. 그는 19일 인텔과 AMD의 투자등급을 마켓퍼폼(시장수익률)에서 매수로 올려 반도체 주가 급등에 일조했다. 하지만 휘팅턴씨는 6일 전인 13일에는 두 회사를 강력매수에서 마켓퍼폼으로 한꺼번에 두 단계나 낮추면서 주가급락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 놓치기 쉬운 포인트〓국내 증시전문가들은 우리 반도체산업의 처지가 미국과 다른데도 그동안 국내증시가 미국 반도체 주가의 움직임에 일방적으로 휘둘려왔다고 지적한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위원은 “반도체산업의 상황과 관계없는 개별종목 재료에 따른 미국 반도체 주가의 변화가 무차별적으로 국내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원도 “최근의 동조화 양상은 MU의 동조화가 아니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의 동조화”라고 설명했다. 즉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주가가 같은 D램 메이커인 MU의 주가뿐만 아니라 CPU 제조업체인 인텔, 비메모리칩을 생산하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다른 품목 제조업체들의 주가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국내증시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공황심리에서 미국증시를 무조건 추종하는 것은 불의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텔 태풍에도 불구하고 향후 반도체경기 전망과 관련해서는 확실한 답이 아직은 안 나왔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텔의 발표도 이미 거의 다 지나간 3·4분기 매출에 대한 것이지 4·4분기에 대한 예상은 아니었다. 즉 앞으로 반도체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뚜렷한 방향이 잡히기 전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클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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