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이젠 누구에게]현대-GM상대 재입찰 가능성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로 대우차 매각이 올해를 넘기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럴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일단 18일 전체 채권단회의를 열어 대우차 매각 방향을 다시 결정할 방침. 그러나 현재로서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실정이며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경우 대우차 매각 대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채권단이 입을 손실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2월 대우자동차 국제 입찰 때 참가한 GM과 현대차―다임러 컨소시엄측에 입찰 초청장을 보내 두 업체중에 하나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제한적 입찰 방식’이다.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도 15일 기자회견에서 “2월 당시 포드가 포기할 경우 다른 입찰 참여자들이 제시한 조건을 종합 평가해 우선 협상 대상을 지정하기로 했었다”고 밝혀 이 방식으로 대우차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와 GM측도 “대우차 인수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분석이다.

다만 이 경우 GM과 현대―다임러로부터 다시 입찰 제안서를 제출받느냐 아니면 2월 입찰 제안서 내용을 갖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느냐는 정부와 채권단이 결정할 문제.

만약 2월 당시 입찰 내용을 갖고 결정한다면 4조∼5조원의 가격을 써낸 포드보다 훨씬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한 현대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수의계약 형태가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수의계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두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 제안서를 다시 받게될 가능성이 높다.

대우차 채권단 관계자는 “재입찰을 하게 될 경우 기존 인수 가격보다 현대나 GM측이 낮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재입찰을 할 경우 입찰 참여업체의 정밀 실사 기간 등 최소 2∼3개월이 걸려 연내 매각이 매우 불투명해진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건설 유동성위기로 불거진 현대그룹 자체의 어려움이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인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채권단은 의심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자동차 매각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 자회사 형태의 공기업화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이 경우 채권단이 12조원이 넘는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당분간 막히고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방안이 아니어서 채택 가능성이 낮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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