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챙기자/하반기 우선과제]체감경기 연착륙 '발등의 불'

  • 입력 2000년 8월 21일 19시 12분


유유히 활강해온 비행기(경기)는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을까.

하반기 우리 경제과제의 우선 과제는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의 연착륙으로 집약된다. 경기의 ‘정점’통과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하반기 구조조정을 위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연착륙을 통한 구조조정 추진이 우선적인 과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 양극화 극복이 문제〓우리 경기가 정점을 지났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중립적 자세를 보이던 통계청은 지난달 말 발표한 ‘6월중 산업활동 동향’에서 “경기 정점은 아직 지나지 않았으며 조정 뒤 재상승할 것”이라며 경기 논란에서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윤호(李允浩)LG경제연구원장도 “지나친 경기위축 주장은 소비심리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경기는 아직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시지표는 좋아도 실물경기의 내용이나 체감경기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업종별 계층별로 경기가 양극화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둔화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괴리는 더욱 커진다.

이달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 실시지수(BSI)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BSI(7월 기준 100)는 91로 지난달 BSI가 18개월만에 100 이하인 91을 기록한 데 이어 두달 연속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월 내수 BSI는 94.9로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를 기록했다.

6월중 산업활동 동향도 반도체 호황에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다. 생산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7.9% 증가했지만 반도체 요인을 제거할 경우 그 수치는 10.6%로 뚝 떨어진다.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우리 경기가 춤을 추는 편중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반도체 경기가 악화될 경우 경제 전체가 ‘반도체 쇼크’에 휘말릴 수 있다.

박중구(朴重求)산업연구원연구위원은 “올해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을 준비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부품 소재의 수입대체 촉진 등 지속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신경제 정책이 시사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고성장―저실업으로 이자율의 상승 압박을 받으면서도 기술경쟁력에 의해 생산성 증가가 유지되고 있다.

▽연착륙은 구조조정 추진으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 연착륙의 핵심은 과감한 구조조정 마무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심상달(沈相達)박사는 “경기가 그나마 좋을 때 금융 기업 구조조정에 힘써야 한다”면서 “즉 아직 견딜만 할 때 칼을 대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수익성이나 건전성이 중요한데 정부는 성장률만을 내세우면서 경기가 좋다고 한다”면서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굿모닝증권도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구조조정의 관건은 하반기 2차 구조조정의 성공적 수행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신뢰성 제고가 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향후 정부의 정책방향과 내용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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