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개각이후 어디로]"이젠 살았다"…정부 "착각은 자유"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13분


개각이라는 변수는 현대사태의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까. 현대 문제의 해결이 결국 새 경제팀의 손으로 넘어갔다. 사석에서 “내 공직을 걸고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던 이용근 전 금융감독원장과 “현대문제의 본질은 사람의 문제”라고 인적 청산을 주장해오던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결국 현대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자리를 물러났다.

현대그룹측은 이날 오전 새 경제팀의 면면을 보고 “이전 경제팀보다 대화가 잘 풀릴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 때 김종인 전보사부장관과 정운찬 서울대교수 등 원칙론을 중시하는 경제팀이 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새 경제팀이 오기 전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서두르던 긴장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현대 "대화 잘될듯" 기대▼

특히 조화를 중시하는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이 재경부 장관으로 온 것에 대해 현대측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사실 기존 경제팀의 현대 몰아치기는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의도가 상당부분 있었고 정부와 현대간의 감정 싸움에 기인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새 경제팀과는 원점에서 다시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습안 제출도 시간도 번 만큼 남은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실리를 챙기자는 현대의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

이날 외환은행이 요구한 자구안에 ‘오너의 사실상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조항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애써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반면 정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현대가 사람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바뀌는 것으로 오판하고 구조조정작업을 미루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라는 게 정부측 입장. 김영재 금융감독위 대변인은 “개각이 됐지만 금감위의 현대그룹 문제해결에 대한 원칙은 기존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며 “현대문제는 채권단이 알아서 한다는 진념장관의 얘기는 채권단이 현대그룹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한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밝혔다.

▼"금감위 해결원칙 불변"▼

정부의 이런 원칙을 확인해주듯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날 오후 2시경 현대그룹에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안을 전달했다. 사실상의 최후통첩. 그러나 외양상 현대에 대한 공격의 톤은 유지되지만 현대에 대한 강공을 주도하던 수장들이 모두 바뀌면서 분위기가 약간은 침체된 것도 감지된다.

이용근 전금감위원장은 이날 금감위를 떠나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에 대한 마지막 발언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말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라는 말이냐”고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도 “정치권이 개입하면 현대의 구조조정은 물 건너간다”며 “현대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사표를 쓰고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채권단 요구案 공식 전달▼

이런 비분강개한 말들이 나온다는 자체가 경제관료들이 현대문제를 원칙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고 예상하거나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물에 부딪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날 진장관의 발언만을 놓고 보면 현대가 진장관을 짝사랑을 하는 형국이다.

진장관은 이날 재경원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와 관련한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기·최영해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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