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재경 문답]"정부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

  • 입력 2000년 7월 25일 19시 37분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건설 위기설과 관련, “시장 참여자들이 저마다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하다보면 ‘쪽박’을 깨뜨려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강한 어조로 금융기관들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의 위기는 어느 정도인가.

“현대건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진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호전됐다고 보는게 맞다. 지금 문제가 생긴 것은 시장 자체의 일시적 마찰현상 때문이다. 가족간 경영권 싸움의 여진이 남은 탓에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시장이 좀더 기다려줘야 한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섣불리 나서면 시장은 ‘마지막 단계’로 오해해 더 동요한다. 행장과 사장 등 금융기관장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큰 안목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펀드매니저 등 부하직원들이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해서 그대로 들어줘서는 곤란하다. 대우사태때 스스로 시장을 망쳐놓고 뒷감당을 못해 쩔쩔맸던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건설이 잘못되면 현대그룹 전체는 물론 협력 유관업체의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정부가 그런 조치를 생각하겠는가. 금융기관들도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누가 말을 지어냈는지 모르지만 모두가 신경쇠약 증세에 빠진 것 같다.”

―신용평가기관이 현대그룹 등급을 내린 것을 어떻게 보나.

“신용평가기관들로서는 할 일을 한 것이다. 다만 이는 현대계열사의 미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작년부터 최근까지 현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과거 변화를 평가에 반영했을 뿐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중견기업의 자금경색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데….

“현재 상황은 자금을 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은 기업의 신용도 위험이 문제다. 죽일 기업은 죽이고 살릴 기업은 살리는 게 중요하다.그래서 생존 가능성이 없는 워크아웃 기업은 조기에 퇴출시키되 충분히 살아남을 만한 기업은 신용보완 등을 통해 지원할 것이다.필요하다면 신용보증기금 한도를 높이고 채권전용펀드도 하반기중 10조원을 증액하겠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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