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자금 "딴전"… 채권전용펀드 회사채 기피 ‘금리따먹기’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회사채 매입을 위해 만들어진 채권전용펀드가 회사채를 사들이지 않고 있다. 또 은행들은 국공채에만 투자, ‘금리 따먹기 게임’을 벌이면서 여전히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자금시장안정책으로 완화기미를 보이던 기업들의 자금난이 또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회사채수익률(금리)의 하락으로 채권값이 비싸지면서 초우량회사의 회사채도 예정액만큼 발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채 안사는 채권전용펀드〓은행들이 자금내기를 꺼려 당초 10조원을 모으기로 했던 채권전용펀드는 18일 현재 2조989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 중 회사채를 사는데 든 돈은 8%에 불과한 2400억원. 반면 국고채와 통안채의 경우 8400억원, 자산유동화증권(ABS) 3500억원, 나머지는 모두 금융기관간 단기자금거래인 콜론(1조2000억원)으로 운용하고 있다.

채권전용펀드를 운용하는 투신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급적 회사채 매입을 미루고 안전자산으로 운용할 것을 주문해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주로 투기등급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프라이머리CBO)을 1조5500억원 규모로 내달초 발행해 채권펀드에서 편입하면 자연스럽게 투기등급채권을 사게 되는 것이며 은행들은 그 때 펀드에 자금을 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라이머리CBO도 투기등급채권이 많다고 은행권이 불만을 표시해와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회사채를 새로 편입하느라 기존 투기등급채권의 편입규모를 펀드마다 30억∼50억원 줄여 이들 투기등급 기업들은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

▽기업 여전히 돈가뭄〓이달 들어 투기등급채권을 신규발행한 물량은 동양메이저(구 동양시멘트)의 500억원에 불과해 지난달보다 줄어들 전망. 투자적격 최하위등급인 ‘BBB’등급도 회사채발행을 추진하다가 포기하는 기업이 현재 부지기수라는 것. 그동안 자금난을 겪었던 대기업들도 사정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주 발행한 1000억원의 회사채 인수처를 주간사증권사가 시장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회사채가 여전히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소화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

이에 따라 우량채의 금리는 속락하는 가운데 신용등급간의 금리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태. 즉 높은 금리를 주더라도 회사채 소화가 안되는 것.

기업어음쪽도 사정은 마찬가지.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는 와중에 3개월짜리 CP유통수익률은 7.6%대 안팎에서 한달째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투신운용의 박성진과장은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자금을 더 이상 기업에 중개할 수 없는 상태이고 실질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안된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의 자금난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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