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 연구소, 특허권 싸움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3분


산학협력으로 첨단 식품을 개발한 바이오 벤처기업과 국책연구기관이 ‘특허권’을 놓고 법정에서 맞붙게 됐다.

㈜시트리와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은 몇 달 전만 해도 공동으로 ‘항 위염달걀’을 개발하는데 성공, 바이오 업계에서는 산학협력의 모범사례로 언급되던 사이. 그러나 ㈜시트리가 법정싸움을 선언하면서 이제는 재판정에서 맞서야 하는 앙숙이 됐다.

정보통신 및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각종 연구소에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을 의뢰하는 사례가 많아 이번 공방을 ‘남의 일이 아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

특히 바이오 달걀은 고사위기에 처한 국내 양계업계가 사활을 걸고 개발중이며 식품업계의 판도를 바꿀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어 양측의 공방은 더욱 관심을 끈다.

시트리측은 “식품개발연구원은 지난해 5월 시트리측으로부터 연구용역비 3000만원을 받고 항 위염달걀 개발에 성공했으며 시트리는 올 3월 위염계란을 특허출원했다”면서 “그러나 개발에 참여한 한 연구원이 기술적으로 약간 변형한 뒤 바이오 벤처기업을 설립해 똑같은 특허를 출원했다”고 주장했다. 시트리는 이 연구원을 계약위반으로 고소할 예정. 일본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전 세계 식품업체들이 달걀을 이용한 건강식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중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충치예방 달걀 등 각종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달걀을 생산할 수 있어 시장이 무궁무진하다.

시트리측은 “국가출연연구소가 기업으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성공하면 위탁자인 기업에 특허 및 연구결과 등 모든 사항을 이전해주고 기업의 성공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연구소가 기술을 개량해 벤처기업으로 나선다면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입장.

그러나 식품개발연구원은 이에 대해 “터무니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식품개발연구원 이모박사는 “항 위염달걀의 원천기술은 일본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특허는 일본 기술을 개량한 것이기 때문에 시트리가 항 위염달걀 전부에 대해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트리가 특허출원한 달걀과 연구소가 특허출원한 달걀은 기술적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개발연구원측은 97년부터 항 위염달걀에 대해 연구해왔고 이 과정에서 벤처기업을 돕기 위해 신기술을 개발, 전수해준 것인데 항 위염달걀 전반에 관해 특허를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

양측의 공방은 신기술과 신제품이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시대에 나타난 현상으로 결과가 주목된다.

▼항위염달걀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어미 닭에 주입시켜 항체를 만들게 한 뒤 이 항체를 가진 달걀을 낳도록 하는 방법으로 개발한 첨단 제품.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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