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마늘협상]재배농가 "농사 이제 포기해야 판"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1분


정부가 ‘한중 마늘협상’에서 중국산 마늘 연간 수입량을 동결하는 대신 관세율을 낮추기로 한데 대해 국내 마늘 재배농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중 양국 정부는 6일 협상에서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풀고 한국은 앞으로 3년간 냉동 및 초산조제 마늘을 30% 관세로 매년 2만t정도 수입하는 협상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전국마늘산업보호대책위 등 마늘 관련 단체와 농민들은 “관세율이 낮아진다면 국내 마늘이 경쟁력을 잃게 돼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재배농가들에 따르면 국내 마늘생산량은 연간 46만t으로 이중 36만∼38만t이 유통되고 10만t가량은 비생산기에 출하하기 위해 냉동 저장하고 있으나 지난해의 경우 중국산 냉동마늘 2만2000t을 포함해 모두 4만t이 마늘 저장시기에 들어와 국내산 가격 폭락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것.

마늘재배 농가들은 현재 마늘 도매가격이 상품(上品) 기준으로 ㎏당 1250원으로 농민들이 주장하는 생산비 수준 1700원보다 450원 정도 낮게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산 마늘의 관세 인하는 국내 마늘농사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남지역은 마늘 재배면적이 2만806㏊로 전국의 47%, 생산량은 22만2000t으로 전국 생산량의 48%를 차지해 이번 협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중국산 마늘의 수입이 곧 재개되리라는 기대감 속에 중간상인들이 국내산 마늘의 매입을 꺼리고 있어 마늘값은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이모씨(56)는 “햇마늘이 출하되면 보통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올해는 중간상인들마저 찾아오지 않아 마늘을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며 “가격이 싼 중국산 마늘 때문에 내년부터 마늘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국마늘산업보호대책위 윤석진(尹錫陣·전남 무안 해제농협조합장)위원장은 “시장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국내 마늘재배 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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