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횡포에 軍 비축유 썼다…조희욱의원 자료 공개

  • 입력 2000년 7월 6일 18시 56분


국방부가 올해 항공유(JP-8)를 구매 입찰할 때 국내 정유 5사가 예상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적어내며 가격저항을 하는 바람에 입찰이 9차례나 유찰됐고 그 과정에서 항공유 재고량이 바닥나 48년 창군 이래 처음으로 상당량의 비축유를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조희욱(曺喜旭·자민련)의원은 6일 “국방부가 2월21일 시작된 항공유 입찰이 계속 유찰되면서 5월 어느 시점부터 입찰(10차)이 끝난 5월31일까지 장관의 승인 하에 비축유 전체 물량의 20% 이상을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조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직접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도 “비축유를 상당량 사용하는 바람에 항공작전에 차질이 빚어질까 봐 걱정했었다”고 확인했다.

국방부 훈령 ‘비축물자관리규정’에 따르면 비축유는 전시 등 불가피한 경우에 국방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유류로 적정 비축 목표가 정해져 있다.

조의원은 “유찰 상황이 계속됐더라면 때마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차 평양에 머무르던 시점에 항공작전이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는 정유사들의 담합에 의한 가격 저항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정유사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올해 입찰에서는 국방부가 싱가포르국제시장 가격(MOPS)을 기준으로 예정가를 정했음을 알면서도 이보다 훨씬 비싼 국내시장 가격으로 일제히 입찰에 참가해 담합 의혹을 사고 있다.

경인지역 입찰의 경우 국방부는 1, 2차에서 예정가를 ℓ당 253.70원(MOPS+부대비)으로 정했으나 정유 5사는 산업자원부 신고가를 기준으로 317.50∼328.40원 사이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유 5사 중 현대정유가 대주주인 인천정유를 제외하고 SK LG정유 현대정유 S-Oil 등 4개사가 4건의 입찰에서 각각 1건씩 낙찰받았으며 낙찰률이 99.85∼99.97%에 달해 더욱 담합의혹이 짙다고 조의원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5일 공정위에 낸 신고서에서 △정유 5사가 일제히 예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했고 △정유 4사가 나눠먹기 식으로 모두 낙찰받은 점으로 미뤄 98, 99년 항공유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담합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유사측은 “국방부 납품 유류는 국제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국내가를 기준으로 입찰했다”며 “담합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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