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제재 완화]남한 北진출 발판 역할

  • 입력 2000년 6월 19일 19시 40분


미국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조치는 북한의 경제개혁 및 개방에 ‘가속 페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 무드와 겹쳐 국내 기업의 북한 진출 길은 앞으로 더욱 넓어지고 다양해지게 됐다.

대북사업 전문가들은 “최혜국 대우 문제 등 실제적인 문제들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의 경제개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데는 견해가 일치했다.

특히 이번 조치를 반기는 것은 북한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세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 직접 수출을 하지 못해 수지를 맞추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 기업은 “지금까지는 좁은 국내시장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미국시장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적잖은 기대를 나타냈다.

이렇게 기업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북한을 통한 대미 수출품 임가공무역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섬유류등 대미 수출쿼터에 묶여 일정량 이상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품목의 경우 북한에서 임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방식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 같은 단기적인 효과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북한 진출 교두보로서 남한 기업의 ‘시장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즉 여러 개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불투명한 시장으로 남아 있는 북한에 진출하려고 하는 외국기업의 입장에서는 위험분산 수단으로 남한 기업과의 합작을 선호할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 중국시장이 열릴 때도 서방기업들은 단독 진출보다는 중국 시장을 잘 알거나 연고가 있는 홍콩 기업과 합작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 진출하는 방안이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한 외국기업들은 이번 조치에도 대북 직접 진출을 아직은 꺼리는 태도. 한 외국기업 관계자의 “당분간은 남한의 북한 진출기업에 대한 물자 조달시장을 뚫어볼 계획이며 직접 진출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결국 남한기업이나 남한 내 자회사를 통한 간접 투자가 늘어나면 이는 남한 경제로서는 상당한 외자유인 효과가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의 ‘돈줄’을 끌어 모으는 데도 유리하게 됐다. 북한의 컨트리리스크가 낮아짐으로써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파이낸싱’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북한의 사회기반시설(SOC) 확충 사업에 참여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훨씬 덜 수 있게 됐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