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T산업 어디까지 왔나]SW 수준급, HW는 '초보'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북한정보기술(IT)산업은 소프트웨어(SW) 분야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하드웨어(HW)는 단순 조립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80년대부터 HW 분야에서 SW 분야로 방향을 바꿔 SW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SW 기술은 우리나라와 3∼5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W 개발현황〓북한에서 SW 개발을 주도하는 기관은 과학원, 김책공대의 전자계산연구소, 평양프로그램센터, 조선컴퓨터센터, 은별컴퓨터기술무역센터 등. 이들 기관은 매년 ‘전국프로그램 경연 및 전시회’를 개최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93년부터 이들 컴퓨터 관련기관을 수시로 방문, 프로그램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윈도’용 워드프로세서로는 현재 ‘창덕 5.0’과 ‘단군’이 개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단군’은 윈도환경에서 한글 처리가 가능함은 물론 남한의 KS코드도 지원한다. ‘창덕’은 유선인터넷언어(HTML) 문서작성 및 읽기 기능까지 포함돼 있어 남한 수준과 엇비슷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북한은 군사용 SW 및 사회간접자본과 관련된 SW를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조선컴퓨터센터에서 개발한 해상교통지휘시스템(MTCS-21A) 자동항해지휘시스템(ANCS-4) 교통관제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평양프로그램센터에서는 ‘창덕’과 ‘단군’ 등 워드프로세서 외에도 다국어 편집프로그램 ‘평필’, 표계산 프로그램 ‘용마’, 전자출판 프로그램 ‘청류’, 건축설계 프로그램 ‘백두산’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과학원은 음성인식 프로그램 ‘칠보산’을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HW는 낙후〓북한은 60년대 말 ‘전진-5500’이란 1세대 디지털 컴퓨터를 완성할 정도로 남한에 비해 우수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기술력이 크게 낙후됐다. 82년 8비트 PC인 ‘봉화4-1’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32비트 PC를 생산하는 수준. 평양컴퓨터조립공장은 연간 3만여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주로 국방 및 공공기관용으로 보급하고 있다.

조선과학원 산하 전자공학연구소는 집적회로(IC) 시험공장을 설립, 반도체 부문의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평양집적회로공장, 단천영예군인 반도체공장 등이 인쇄회로기판(PCB) 및 기초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정도.

북한은 특히 정보화 촉진의 근간이 되는 통신시설이 상당히 취약하다. 따라서 정보통신 인터넷 등이 생산 기술력에서 모두 낙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화선의 경우 93년까지 130만회선에 불과했으며 공중전화도 2720대에 그쳤다. 95년 2단계 통신망 개발계획을 수립했으나 악화된 경제환경으로 지지부진한 상태. 이 계획대로라면 수동식 교환 4만회선과 이동통신설비 1200회선, 무선호출 통신설비 1500회선을 수용했어야 했다. 97년에는 평양의 근거리통신망(LAN)과 각 기업소의 컴퓨터 등을 연결하는 북한 최초의 광역전산망을 개통했다. 북한은 이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 국가기관과 주요 기업소 등 극히 일부에 펜티엄급 PC를 보급했다. 최근에는 정부조직으로 전자공업성을 신설, HW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00년 과학기술전망 목표’에서는 기초과학분야 이외에 컴퓨터와 원자력 이용 등 첨단과학기술 부문과 전자기계 등 분야에 연간 국민소득의 5%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정영태기자>ebizwi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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