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 위기]3父子 계동모임 무슨말 오갔나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지난달 31일 오후 4시20분부터 5시 반까지 1시간10분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15층 명예회장실에서는 무슨 말이 오갔을까.

이날 회의 참석자는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회장, 정몽헌(鄭夢憲) 현대회장 등 세 부자 외에 정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상영(鄭相永) KCC회장과 이진호(李鎭鎬) 고려산업개발회장,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金潤圭) 현대건설 사장 등 7명.

사안의 민감함을 반영하듯 세 부자간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정명예회장이 이 자리에서 자신과 몽구 몽헌회장 등 두 아들의 경영일선 퇴진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 이에 대해 몽구 몽헌회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관심사다. 당시 오간 얘기를 두고 몽구 몽헌회장측이 엇갈리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측 관계자에 따르면 정명예회장은 “전문 경영인의 시대가 왔다. 현대도 전문경영인이 경영해야 한다. 모든 계열사는 이제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는 말을 했으며 몽구 몽헌회장은 아버지의 뜻에 수긍했다고 한다.

몽구회장측은 그러나 원칙적인 말만 오갔을 뿐 퇴진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몽구회장측은 31일 밤 저녁식사 자리에서 몽구회장이 자동차부문의 전문경영인으로 매진하겠다고 말하자 정명예회장이 “원리원칙대로 하라”고 대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몽헌회장측은 정반대로‘세부자 동반 퇴진론’을 다시금 확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자리를 함께 한 정상영회장은 “나도 아들들에게 다 준 사람이지만 형님(정명예회장)의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명예회장의 말을 참석자들이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누군가가 정회장의 뜻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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