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은 '임금차별화'덕…10인이상업체 12% 인상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22분


경기가 살아나면서 웬만한 봉급생활자들의 임금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몇몇 호황업종에서는 오히려 봉급 봉투가 두툼해진 이들도 적지 않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게 통례지만 소비자물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동철 연구위원은 임금과 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에 대해 “개인별 전문성과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임금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식 통계로는 분명 임금이 대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산업현장의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경기회복의 과실도 누리지 못한다는 설명.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근로자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12.1%. 그러나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민계정상의 피고용자 보수 증가율은 3.8%에 불과하다.

정부 통계는 10인 이상 사업장을 모집단으로 삼는 반면 국민계정은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피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 조연구위원은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임금을 후하게 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 통계는 임금상승률을 과대 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올 1월 5∼9인 사업장의 임금상승률은 9.3%로 10인 이상 사업장 평균인 17%에 크게 못미쳤고 그나마 4인 이하 사업장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소폭 인상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도 5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상승률은 14.4%, 100∼299인 사업장은 13.0%인 반면 10∼29인 사업장의 임금은 9.6% 오르는데 그쳤다.

조연구위원은 “경기회복 과정에서 금융자산 등을 보유한 고소득층과 중산층 봉급생활자간의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봉급생활자끼리도 소득계층간 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우울한 지표”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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