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경기회복세 '찬물'…금융개혁 '흔들'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주가폭락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주가하락이 일시에 그친다면 모르지만 지수 600선 이하로 내려앉거나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기는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IMF 축소판 되나〓나스닥발(發) 금융위기는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배분의 비효율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증시침체는 벤처기업 주가에서 시작됐지만 실물경기를 위축시킬 재료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지적. 박경민(朴耕民)SEI에셋코리아 상무는 “금융불안은 당장 실물시장에도 악영항을 미칠 것”이라며 “원화강세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고 투자심리가 냉각되면 설비투자 침체도 염려된다”고 밝혔다. 박상무는 “그동안 소비를 부추겼던 주식투자자들의 고소득이 버블(거품)해소로 대폭 줄어들면서 소비도 대폭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정보통신(IT)주 몰락과 이에 따른 코스닥시장의 대대적인 조정양상은 실물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성장성’에 대한 기대심리 위축〓당분간은 벤처기업들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자금이 일시에 냉각되면서 인터넷 열풍이 소강상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하락 속도가 이정도라면 기업입장에선 투자심리 위축→생산 감소→성장률 둔화→경기침체→주가하락이라는 악순환을 탈 수밖에 없다는 것.

벤처기업 입장에선 그동안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도 ‘서로 돈을 대겠다’는 묻지마 투자 열풍에 가만히 앉아 돈놀이를 했지만 일시에 거품이 꺼질 경우 당장 자금조달 자체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기환(金基煥)마이다스에셋 상무는 “주가수준을 결정하는 수익성 금리 성장성 중에서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가 망가지고 있는 국면”이라며 “심리적 타격 수준에 그치지 않고 기업 자금조달 위축을 비롯해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염려했다.

▽금융 구조조정 차질 우려〓막바지 국면에 있는 금융 구조조정도 자본시장 불안으로 크게 동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에 공신(功臣) 역할을 한 주식시장이 침체될 경우 남아있는 투신권과 은행권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정부가 투입한 64조원의 공적자금 회수길도 막혀 구조조정 작업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

이승용(李承蓉)동원증권 동향분석실장은 “87년 블랙먼데이 때 주가거품은 걷혔지만 실물경제가 휘청거리지는 않았다”면서도 “남아있는 구조조정 작업이 주가폭락 사태로 지연될 경우 대외신인도 회복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분석도〓지금의 진통과정이 자본시장 건전화와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없지 않다. 박우규(朴佑奎)SK증권 상무는 “시장이 한번 냉각될 필요가 있던 시점이었다”며 “주가폭락 사태가 실물경기를 압박하는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 장관도 “미국과 달리 국내시장은 이제 회복되는 단계”라며 “당분간 경기과열이나 인플레 조짐이 없기 때문에 미국증시 불안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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