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대우 해태 한라 '퇴장'…현대정유 신세계 '입장'

  • 입력 2000년 4월 16일 20시 11분


국내 30대 그룹 가운데 7개사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만큼 지난해 재계의 판도 변화가 극심했다는 뜻.

30대 그룹의 계열사와 자산총액도 줄어 재벌의 외형상 ‘덩치’는 많이 축소됐다. 그러나 상위 4대 그룹의 자산 및 매출액 비중은 더욱 커져 30대 그룹 내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6일 발표한 ‘2000년도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자산기준으로 작년 2위였던 대우를 비롯해 해태 한라 강원산업 대상 신호 삼양 등 7개 그룹이 30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대신 대우의 계열사였던 ㈜대우와 대우전자,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정유와 현대산업개발, 에쓰-오일(옛 쌍용정유) 신세계 영풍 등이 새로 30대 기업집단에 진입했다. 이같은 변동폭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사상 최대폭.

자산기준 순위에서 현대는 1위를 지켰으며 대우의 해체로 삼성 LG SK가 한 계단씩 올라 2∼4위를 기록했다.

30대 그룹에 대해서는 계열사간 출자와 신규 채무보증이 전면 금지된다. 단 올해 새로 지정된 그룹은 내년 3월말까지 상호출자금지 규정의 적용이 유예되며 1년 안에 기존 채무보증을 해소해야 한다.

▽외형으론 크게 축소〓30대 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544개로 작년의 686개에서 142개가 줄었다. 자산총액도 422조7000억원으로 98년말 472조7000억원보다 10.5% 줄어 외형상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완화됐다. 그러나 현대 삼성 LG SK 등 4대 그룹은 자산이 232조7000억원에서 243조7000억원으로 늘면서 30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9.2%에서 57.6%로 높아졌다.

30대 그룹은 유상증자 자산재평가 등으로 자기자본을 늘린 반면 부채는 크게 줄어 평균 부채비율이 전년 363.2%의 절반 수준인 164.1%로 내려갔다. 4대 그룹은 328.8%에서 146.3%로 하락했다.

재벌들은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합병하면서도 정보통신과 소프트웨어개발, 창업투자회사 엔터테인먼트 관련회사 등 ‘미래형 업종’에는 활발히 진출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침(浮沈) 활발〓그 어느 해보다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역시 대우. 지난해 삼성그룹을 제치고 자산순위 2위에 올랐던 대우는 1년 만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고 대신 계열사 2개가 명맥을 이었다.

현대정유와 현대산업개발 에쓰-오일 등 기존 재벌에서 떨어져 나온 친족분리 기업들은 단숨에 30대 그룹에 진입했다.

구조조정과 후계분할 작업을 병행한 현대는 계열사가 35개로 절반 정도 줄었으나 자산총액은 88조6490억원으로 소폭 감소에 그쳐 1위 자리를 지켰다. 막강한 자본력으로 작년에 눈에 띄게 사업확장을 한 롯데(10→6위)와 제일제당(28→23위)은 순위가 급상승했다.

삼성의 위성 계열인 신세계가 신규 진입함으로써 ‘범 삼성계’는 한솔 제일제당 새한을 포함해 모두 5개로 늘었으며 ‘범 현대계’는 한라가 탈락했으나 현대산업개발과 현대정유가 새로 편입돼 3개로 불어났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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