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美주가 대폭락]"나스닥 잔치는 끝났다"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와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가 동반 대폭락한 14일을 겪고 난 뒤 미국에서는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두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그 하나는 증시 폭락이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상 최장기 경제 호황이 막을 내릴 것인지다. 또 하나는 주식시장, 특히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이 회복 불능의 장기 침체로 빠져들 것인지 여부.

▼경제호황은 계속될듯▼

먼저 첫 번째 궁금증과 관련해 “이제 파티는 끝났다”는 헤지펀드 매니저 윌리엄 플레켄스타인의 의견도 있지만 미 언론은 일반적으로 실물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주가상승으로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국민 소비가 늘어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 반대로 이번 주가폭락으로 갑자기 가난해진 듯한 ‘빈곤의 효과(Poverty Effect)’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된다면 경기 침체로 반전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한 주 동안 나스닥 지수가 25.3%, 다우지수가 7.2%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지수 모두 여전히 6개월 전보다는 높은 수준이어서 갑작스러운 소비 위축은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987년10월 주가 대폭락 때 많은 경제학자들은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경고했으나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블랙 먼데이’로 불리는 1987년10월19일(월요일) 하루 사이에 다우지수는 사상 초유인 22.61%나 떨어졌다. 이는 대공황(1929년10월) 때의 주가하락률 12.82%보다 더 큰 하락폭이었다. 87년 당시 미국은 우선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1560억달러였고 재정적자도 2200억달러를 넘었다. 이 같은 ‘쌍둥이 적자’에다 실업률도 5.7%를 웃돌았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로 가지 않고 증시도 3개월 만에 회복세로 반등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미국 경제의 기본 토대는 훨씬 견실한 상황이어서 경기 침체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의문점인 ‘나스닥 주가의 앞날’에 관한 한 미 언론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나스닥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여전히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당분간 하락할 것이라는 것. 이번에 쓴맛을 본 투자자들이 곧 시장에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강하다. 뉴욕타임스는 곧 시장에 돌아가 주식을 매입하는 경우를 두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잡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닷컴=일확천금' 사라질듯▼

이 때문에 통상 순이익의 30배선에서 형성돼 온 나스닥 주가가 100배 또는 300배 이상으로 치솟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게임이 끝났다”면서 “수익도 내지 못하면서 닷컴 회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투자하고 주가 급등을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 패턴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이번 주가 대폭락이 건전한 투자 패턴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다음 달 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인플레를 예방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이번 주가 하락으로 소비가 감소해 과열경기가 진정된다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FRB가 입장을 바꿀지도 주목된다.

이번 대폭락 사태 이전 금리의 추가인상폭은 0.25∼0.5%포인트로 예상돼 왔다. 특히 0.5% 포인트가 인상될 경우 증시 자금의 대대적인 이탈이 있을 것으로 미 증시 관계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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