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규제 불가피"…APEC서울포럼 주제발표문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31일 개막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서울포럼의 핵심 화두는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으로 지목받는 헤지펀드(투기성 국제단기자금)의 규제방안. 참석자들은 미리 배포한 주제발표문 등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의 통합으로 인해 헤지펀드의 폐해가 더욱 커지는 실정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시장 불안을 유발하는 단기자본의 과다한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이 단기자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92∼93년의 신흥시장 위기 △94∼95년의 페소 위기 △97∼98년의 동남아 위기 등 세계 금융환경이 불안할 때는 어김없이 헤지펀드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고 분석하고 “헤지펀드를 규제하되 건전한 시장참여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 치우 대만 재무장관도 “규모가 크지 않은 경제권의 경우 효율적인 금융체제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는 한 단기자본 유입에 대한 전면 자유화는 시기상조”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가간, 지역간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9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는 30일 전야만찬 기조연설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특징은 자본이동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각국의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라며 “한국 중국 일본은 삼자간의 긴밀한 통화협력을 통해 환율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먼델 교수는 이어 “아시아 금융체제의 안정을 위해 이 지역을 포괄하는 새로운 국제통화기구가 필요하지만 서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는 준비가 안된 상황인 만큼 아시아통화기금보다는 APEC 산하에 별도의 통화기구를 설립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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